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넷월드 인터롭 전시회에서였다.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벤처기업 CEO가 명성왕후 의상을 입은 채 전시장을 누비며 제품과 한국문화를 홍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화의 주인공이 바로 VDSL 전문업체 스페이스사이버링크의 이에스더 회장(54)이다.
이 회장의 재치와 배짱이 돋보이는 이 행동은 숱한 좌절과 시련을 겪는 동안 얻어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12년 동안 정보통신 분야에서 15개 이상의 회사를 창업하고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주변의 멸시와 좌절을 겪으면서 점점 생기는 오기가 저를 버티는 디딤돌이 되고 오기가 다시 용기와 신념으로 변하더군요.”
이 에스더 회장을 지탱하게 해준 신념은 무엇일까.
“통신장비업체의 CEO로 지내면서 힘들고 외로울 때면 사이버 세계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우리 후손들이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사이버 세계에서의 영토확장. 이것이 이 에스더 회장이 밤낮으로 부르짖는 스페이스사이버링크의 목표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의 영토확장은 땅을 많이 점령하는 것이고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통망 즉, 도로가 잘 발달돼야 합니다. 권력이 기술로 이동하는 21세기 사이버 월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토확장의 의미는 IT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로 바뀌고 있습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유무선 네트워크 통신장비는 산업사회의 도로와 같은 것이며 사이버 세계에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유일한 도로는 기술의 확보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통신분야 핵심기술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영토를 빼앗긴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일까.
“기술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기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회사가 개발한 제품을 세계시장에 가지고 나가고 있습니다.”
꿈같은 얘기가 아니냐는 다소 엉뚱한 물음에 대한 이 에스더 회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그나마 제가 성공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아직까지도 저에게는 많은 꿈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꿈이 있는 한 언젠가는 성공하겠죠. 성공의 척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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