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대형서점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영어 관련 서적이 있는 곳은 유독 사람들로 붐빈다.
토익·토플·GRE·TEPS 등 영어 관련 서적은 어느 서점이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위치해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해서 사람들은 어떤 책을 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대학 근처 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는 이미 대학생에게 넘어야 할 큰 산이 됐고 많은 대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전공보다 영어에 매달린다.
고려대학교 후문에 있는 모 서점 주인은 “전공서적들보다 영어 관련 서적이 더 많이 팔리고 인문사회서들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너무 영어에 치중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한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며 걱정을 나타냈다.
실제로 어느 대학에서나 토익·토플 강의 포스터는 쉽게 찾을 수 있고 영어 서적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방학에는 영어와의 전쟁을 치르는 학생들의 수가 믿지 못할 정도로 많아진다.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책상에서는 쉽게 토익이나 토플 책들을 볼 수 있다. 또 이어폰을 꽂고 영어회화를 듣고 있는 학생들도 자주 볼 수 있다.
학생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인문계열 학생들이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불문과 97학번 김모씨는 “이번 여름 방학 내내 아침에는 학교에서 여름방학 토익 특강을 듣고 오후에는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에서 회화 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나면 학교 도서관에 와서 예습·복습을 했다”며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정말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영어만 했으며 불어보다영어에 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고대 노문과 96학번 이용준씨는 “주변의 친구들 대부분이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어 이번 방학에 학원도 다니고 영어 회화 스터디그룹도 만들어서 토익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최근에는 토익 800점은 높은 점수도 아니다. 900점대가 돼야 잘한다는 말을 들어 점수를 900점대로 올리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영어에 대한 투지는 이공대도 예외는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방학에 이공대 도서관에서는 대부분이 전공 공부에 열중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공대 학생들도 인문계 못지 않게 영어 공부에 열심이다.
고대 화학과 95학번 이영철씨는 “예전에는 이공대 학생이 취업하는 데 영어 성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어느 회사나 토익·토플 성적을 요구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영어 공부를 한다. 영어 공부를 하느라 전공 공부시간이 줄어들어 내가 영문과 학생인지 화학과 학생인지 구분이 안된다”며 사회의 무분별한 영어 성적 요구에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해 한 대기업에 입사한 고려대학교 94학번 김모씨는 “회사에서 영어회화를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왜 영어 성적을 요구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영어가 국제화 시대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성 없이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오히려 성공하는 이 사회에 모순이 있다”고 높은 영어 성적만을 요구하는 사회가 변해야 진정한 학문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예기자=박종철·고려대학교 ppakk12@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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