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XML업계의 `그림자`

 “당신 사기꾼 아냐.”

 최근 모 공공기관의 확장성표기언어(XML)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관련 솔루션 기업들의 설명회 자리에서 나온 고성이다. 이 기관의 담당자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XML 솔루션업계에서 제법 이름값을 하는 10여개 선두 업체를 불러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검토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몇몇 솔루션업체들이 이번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어떤 기술과 솔루션을 적용하고 소요인력과 수행 기간 등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다. 진지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문제의 A사 차례가 돌아왔다. A사는 이른바 회사이름만으로 보면 관련업계를 대표하는 간판기업이었다. 그런데 A사 관계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회사 추진 계획에 대한 내용이 아닌, 보유 솔루션의 수상 경력, 언론에 소개된 사례 설명으로 채워나갔다.

 A사측 설명이 진행되는 동안 설명회장에는 순식간에 어색한 분위기가 돌았다. 이윽고 주최측 기관의 담당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당신 도대체 뭐하러 여기에 왔느냐”고 따졌다. 급기야는 ‘사기꾼’이라는 극언까지 나왔고 A사 관계자는 결국 문밖으로 내몰렸다.

 이 해프닝은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기보다 외형만을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겉치레 기업’들이 판을 치는 XML솔루션 업계의 단면을 잘 보여준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XML솔루션 시장을 이끌어간다고 외치는 업체 중에서도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곳이 태반”이라며 “겉치레 기업들이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시장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XML솔루션시장에 대한 왜곡은 증권가에서 더욱 심하다고 한다. 최근 코스닥에 등록한 일부기업에 대해 ‘전망 좋은 기술주’로 평가를 받자, 겉치레 기업들이 이에 편승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런 겉지레기업들을 솎아낼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부풀려진 포장을 벗겨내고 실속있는 알맹이로 승부를 걸 수 있는 XML기술 잣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인터넷부·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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