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보컴퓨터에 MS·인텔 `애타는 구애`

 국내 PC산업을 움직여온 인텔 및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 양축의 협력구도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인텔 및 MS가 펜티엄4 PC 및 윈도XP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국내 PC시장에서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독자 노선을 수립, 인텔과 MS의 애를 태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대부분 밀월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런 갈등구조가 얼마나 지속될지 주목하고 있다.

 ◇인텔 및 MS와 거리를 두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인텔은 27일(미국 현지시각) 2㎓ CPU를 출시한 데 이어 인텔코리아는 2㎓ CPU 출시 및 PC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8일 과천 서울대공원 과학박물관인 ‘정보나라’에 PC기념관을 개관한다. 인텔은 이와 함께 펜티엄4 CPU를 대대적으로 인하, 국내 PC업체들이 펜티엄4 PC로 전환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2㎓ PC에 대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반응은 별로 신통치 않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제품은 인텔 CPU 출시에 맞춰 선보이되 실제 제품판매는 9월 말이나 10월께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주연테크컴퓨터·세이퍼컴퓨터·뉴텍컴퓨터 등 중소 PC업체들이 9월부터 바로 판매를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들의 제품 출하가 처음으로 중소 PC업체보다도 늦어지는 셈이다.

 LGIBM 및 중소업체들이 다음달부터 대부분 펜티엄4 PC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데 비해 이들 업체는 펜티엄Ⅲ 라인업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윈도XP에 대한 마케팅 활동에도 이들 업체는 다소 소극적이다. LGIBM·현주컴퓨터·현대멀티캡 등 중견 PC업체들이 지난 7월부터 윈도XP 무료업그레이드 쿠퐁증정 행사 등을 진행, 윈도XP 붐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들 업체는 아직 이런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본 방침은 윈도XP 정식 출시 전에는 이같은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상황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는 “윈도3.0·95·98·Me로 이어지는 OS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점차 OS 업그레이드 행사의 효과는 줄어들었다”며 “윈도XP 출시이전에는 별도의 행사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배경=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인텔 및 MS와 일정거리를 두는 것은 우선 시장인식과 전략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PC 사양은 고사양화하는 한편 PC 가격을 인하해 PC 수요를 진작시키려 하지만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측은 이미 PC 가격은 내릴 만큼 내렸음에도 수요진작 효과는 미진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가 PC 가격을 대대적으로 인하할 경우 PC 수요진작 효과도 미지수인 데다 PC의 저가화가 고착돼 향후 수익성에 치명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워낙 PC 사양이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들이 여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인텔과 소원해진 한 요인이다.

 윈도XP 효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의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윈도XP 업그레이드 쿠퐁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자체 분석결과 효과가 미진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효과대 비용측면으로 보면 그다지 이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거리두기가 계속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이들 업체 모두 PC 수요촉진을 위해서는 서로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과 삼보의 윈도XP 사전 마케팅 불참의사에도 “삼성과 삼보가 곧 윈도XP 업그레이드 쿠퐁행사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중소업체와의 가격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내부 정비가 완료될 때가 다시 협력시대로 접어드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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