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상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다마고치’라는 장난감이 어떤 것인지를 아마 알 것이다. 몇 해 전에는 사이버 가수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이른바 디지털 배우가 등장하는 ‘파이널 판타지’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그런데 생명공학(BT)분야에서는 최근 가상세포(e-cell)라든가 가상인간(e-human)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생명체 속의 유전자 네트워크·경로를 조사해서 컴퓨터로 세포나 생리·병리 시스템을 모델화해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병행, 연구를 진행하는 이른바 피지오믹스(physiomics) 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구실에서 시험관과 실험동물 등이 사라지고 이를 대신해 컴퓨터 속에서 고도의 시뮬레이션으로 재창조된 가상세포(e-cell) 등 가상 생물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동물을 비롯한 생체실험 등에서 야기될 수 있는 안전성, 윤리문제를 일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의약품개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상실험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시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유전체 연구를 비롯, 생물정보학 등 관련 연구시설 확충이나 연구비 투입이 시작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선진국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 우리의 정보기술(IT)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BT 분야에서도 최근 국가적 인식의 제고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 분야의 전문가간 교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며, 우리의 강점을 살린 전략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재원확충과 더불어 IT와 BT 분야의 우수한 연구자 혹은 전문가가 동등한 관계로서 협력하는 연구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의 IT+BT 전략의 구조적인 약점이며, 이러한 구조적인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공공부문에서 수행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연구지원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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