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탈출의 일등 공신은 누구나 인정하듯 벤처산업이다.
벤처산업은 IMF 탈출과 함께 아시아 네마리 용에서조차 탈락했던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만들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벤처산업의 빠른 성장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규제완화, 제도마련, 자금지원 등 정부의 각종 정책이 벤처육성을 불러 일으켰고 IT대국이라는 새로운 영예를 안겨줬다.
정부의 각종 정책자금 지원은 돈 한푼 없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풍토를 마련, 수많은 벤처기업의 창업을 유도해 성공적인 벤처신화를 만들어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필두로 한 보증기관은 물론 중기청, 정통부, 과기부 등 정부부처가 벤처투자의 물꼬를 텄고 은행, 보험, 대기업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까지 뒤를 이었다.
특히 중기청의 각종 지원 정책과 함께 벤처투자조합에 출자된 지원자금은 크게는 수십배의 투자재원으로 재생산돼 벤처산업으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빠른 성장은 버블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버블의 원인은 급작스러운 벤처 육성과 함께 옥석을 가리려는 노력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의 부재는 결국 ‘무늬만 벤처’인 기업을 양산했고 버블 붕괴의 주범이 되어 현재의 어려운 벤처 상황을 유발했다.
위기에 직면하자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옥석가리기’ 차원을 넘어 아예 투자 철수라는 악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마치 단 하나의 낙오한 벤처기업도 만들 수 없다는 사명감(?)에 도취된 듯 벤처기업들에 대한 긴급 수혈에 나섰다. 올해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에 적극 지원키로 한 정책자금인 경영안정자금 3000억원과 벤처창업자금 2200억원이 이미 5월에 바닥을 드러냈다.
가장 성공적인 벤처기업 긴급 자금지원 정책으로 꼽히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벤처프라이머리CBO도 이같은 추세에 편승하고 있다. 당초 기획 의도대로 초기에는 우수 벤처기업에 민간시장 자금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지만 발행 차수를 거듭할수록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대전제는 무시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각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벤처지원 정책도 벤처투자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처별 특성에 맞는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부처간 세력싸움으로 변질되며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결국 부처간 ‘밥그릇 싸움’은 정책카피, 중복지원, 벤처캐피털 줄세우기 등의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쪽에서 투자 철수라는 악수를 남발하는가 하면 또다른 한쪽에선 무조건 지원이라는 극약처방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벤처지원의 현주소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오히려 시장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벤처기업은 물론 벤처캐피털업계에 있어 정부지원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간섭과 무차별적인 지원은 벤처시장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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