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해외협력단장 vpmarketing@software.or.kr
최근들어 인도·아일랜드·스코틀랜드와 같은 신흥 SW강국에 대한 언론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T 분야의 벤치마킹을 위하여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다국적기업을 방문하는 것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 주요 인사의 방문지에는 인도와 아일랜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일반인들은 인도·아일랜드가 신흥 SW강국이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의 지난해 소프트웨어 수출총액이 1억6000만달러였던데 비해 인도의 수출액은 60억달러에 달했으며 실리콘밸리의 IT 전문인력 중 30%가 인도 인력으로 채워지고 있다. 아일랜드는 자국 내에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을 유치함과 동시에 이오니아·발티모어 등 자국 IT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99년도에는 70억달러의 SW 수출을 달성하여 세계 제1위의 SW수출국으로 부상하였다. 현재 소프트웨어 수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이 두 나라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같은 성과는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SW산업 발전을 위하여 국운을 걸고 노력한 결과다. 인도는 인구 10억명이 넘는 거대한 국가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500달러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제반 환경 속에서도 인도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SW 개발인력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실상 인도는 영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고 사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력을 풍부히 가지고 있다. 인도의 정보기술청(MIT)은 이러한 인재들에게 SW교육을 시작하였다. 동시에 이 인력들을 활용해 해외의 다국적 IT업체들의 SW개발을 유치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기업들이 인도 기업들에게 SW개발 아웃소싱을 시작하였고 인도 기업은 이렇게 습득한 기술을 가지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아일랜드는 인구가 400만명도 안돼 자체 시장으로서는 산업을 발전시킬 수가 없는 아주 작은 국가다. 이러한 아일랜드가 10여년 전에 찾아낸 정책은 다국적기업의 자국내 유치였다. 그당시 아일랜드가 주시하였던 것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강대국들이 다국적기업의 자국 진출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10%로 낮추고 IT단지를 육성했다. 또한 대학교육 커리큘럼을 기업과 연계하여 작성하는 등 다국적기업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사용하기에 좋은 환경을 완비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지난 7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해외지원센터(아이파크 도쿄) 개소 행사를 개최했다. 실리콘밸리·베이징에 이은 세번째 해외센터로 도쿄의 관청 밀집지역인 가세미카세키에 위치하고 있다.
아이파크 도쿄의 개소식에는 일본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으며 NHK방송·TV도쿄·일본경제신문 등 20여개의 언론사들이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인 바 있다.
아이파크 도쿄 개소식에 대한 일본 언론의 높은 관심은 일본의 초고속망 구축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NTT가 이제까지 근간으로 삼던 ISDN구축을 포기하고 올해 초 ADSL로 전환을 선언한 후 많은 일본 기업들이 초고속망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파크 도쿄 개소식에 참석한 일본사람의 관심사는 초고속망 구축과 활용에 경험이 있는 우리 IT 기업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일본 관계자는 우리의 한발 앞선 초고속망 구축정책을 매우 높게 평가했으며 일본이 초고속망 구축사업에 관한 한 매우 큰 정책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IT를 발전시키기 위한 무한경쟁체제 속에 있다. 어떤 나라든 조그만 실수로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초고속망을 활용하는 IT 산업의 육성이 우리 경쟁력의 원천이다. 한순간이라도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노력을 게을리 할 때 세계적인 경쟁의 대열에서 멀어질 것이다.
인도는 인력활용정책을 통해, 아일랜드는 다국적기업 유치정책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대열에 동참했다. 우리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망의 활용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의 초고속망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개발되고 해외로 진출하는 데 적합한 토양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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