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업체들은 올들어 전세계적인 경기위축과 내수침체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PC 수출 부진은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온 국내 전체 IT수출에도 적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 5월말까지 전체 PC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8억3700만달러. 데스크톱PC의 경우 지난해의 절반수준인 4억9000만달러로 급감했다. 다행히 노트북PC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3억4000만달러를 기록, PC 수출 감소폭을 줄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PC 수출 부진은 지난해 500만대 가까운 수출실적을 기록했던 삼보컴퓨터 수출부진에 영향받은 바 크다. 지난해 삼보컴퓨터 수출물량의 30%를 가져갔던 e머신즈는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4분기의 3억7000만달러보다 55% 줄어든 1억3600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대만업체들은 이러한 불경기임에도 생산물량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컴팩·델·게이트웨이 등 대형 PC업체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사 생산시설을 폐쇄하는 한편 대만으로부터 아웃소싱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최대 노트북PC 제조업체인 콴타의 경우 올해 4개월간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 늘어났다.
삼성전자 정상근 상무는 “올해처럼 PC산업이 저성장·저수익 구도로 정착될 경우 나이키처럼 공장시설을 갖고 있지 않지만 브랜드를 판매하는 마케팅 전문회사와 솔렉트론처럼 전문제품생산서비스(EMS)업체 등으로 PC산업이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업체가 대만업체에 비해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제조경쟁력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전세계에서 오랜기간 가전제품을 판매해온 데 따라 전세계적인 영업망과 서비스망을 갖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박일환 상무는 “이제 국내 PC업체들은 대만 PC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며 “제조뿐만 아니라 현지 물류·사후서비스 등까지 모두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PC 수출을 시도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웨이와 PC 및 현지물류, 사후서비스 등을 패키지화한 PC수출을 지난해부터 시작했으며 삼보컴퓨터도 OEM업체들과 이러한 형태의 PC수출계약을 추진중이다. 이러한 형태의 PC수출은 단순 물량확대뿐만 아니라 해당지역의 고객정보까지 접할 수 있어 향후 자사의 브랜드 수출 추진시에도 적지 않은 자산이 된다.
이러한 PC수출 확대노력뿐만 아니라 포스트PC에 대해서도 국내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시장조사기관인 이티포어캐스츠사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3년 뒤면 포스트PC의 출하량이 PC의 출하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트PC는 PC뿐만 아니라 가전기술·통신기술이 모두 융합되는 제품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은 가전 생산 2위, CDMA이동통신단말기 생산 1위 등 가전 및 통신기술을 모두 갖춘 국가”라며 “이는 국내업체가 포스트PC사업을 진행하는 데 커다란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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