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윈 지음, 정영목 옮김, 푸른숲 펴냄, 2만원.
20세기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 마르크스. 하지만 지난 150여년 동안 카를 마르크스처럼 극단적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받은 인물은 없다. 그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에서 세속적인 신의 위치에 올랐으나 서구권에서는 해로운 영향력을 가진 악마의 화신으로 멸시를 받았다.
마르크스가 1867년 펴낸 ‘자본론’도 20세기 지구에 살고 있는 절반 이상의 사람이 따랐을 정도로 역사학·사회학·지리학·문학 등 수많은 학문의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런 마르크스도 평범한 인간이었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프랜시스 윈이 펴낸 ‘마르크스 평전’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온갖 오해와 신화 속에 파묻혔던 철학자 마르크스를 사상보다는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라는 초첨에 맞춰 풀어 쓴 인물 평전이다.
프랜시스 윈이 본 마르크스는 수많은 약점을 지닌 허약한 인간이다.
마르크스는 무려 23년간 집필한 끝에 ‘자본론’을 완성했다. 집필 때부터 온세상에 자신을 떠벌인 탓에 그의 친구들은 출간 당시 이미 지쳐버린 상태였다.
마르크스도 가난과 가족 문제, 그리고 자신의 건강 때문에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없었다. 엉덩이 종기 때문에 나중에는 일어서서 책을 써야 했을 정도였다. 또 마르크스는 책이 나온 다음날 아침 자신의 명성이 전 유럽에 울려 퍼질 것이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세계 역사를 뒤바꿔놓은 이 책에 대해 당시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르크스는 프로이센 출신의 망명자였지만 영국의 중간계급 신사로 살았다. 사나운 선동가였으나 많은 시간을 영국박물관 열람실에서 학자처럼 정적에 쌓여 살았다. 마르크스는 사교와 연회를 좋아했지만 거의 모든 친구들과 불화를 일으켰을 정도로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인물이었다. 또 매우 진지한 철학자였지만 술과 담배, 농담을 좋아하는 낙천가였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더욱 초라하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가장, 아내를 배반했던 남편, 부인의 장례조차 외면했던 탕자, 몇 푼의 돈을 얻기 위해 친척과 친구들에게 수없이 구차한 편지를 썼던 궁핍한 신사, 자식 셋을 질병 속에 죽어가게 했던 무능한 아버지.
저자는 이처럼 마르크스의 수많은 인간적 약점을 지적하면서 위대한 사상서 ‘자본론’이 배출된 토양을 발견했다. 저자는 그가 겪은 고통과 약점이 도리어 마르크스의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와 의지, 흔들림 없는 신념을 낳게 한 토양이 됐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는 동안 19세기 유럽사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이 책은 정보화와 자본 축적법에 관한 수많은 책이 쏟아지고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자본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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