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소프트웨어를 재활용하자

 2∼3년전 Y2K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중이던 메인 프레임을 거둬내고 클라이언트 서버로 시스템을 다운사이징 하는 작업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던 중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에 코볼을 비롯한 구 시스템(Legacy System)이 예상외로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구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소스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한물간’ 기술자 확보에 안간힘을 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후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이 구 시스템들은 다시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인터넷 기반의 e비즈니스 정보 환경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구 시스템은 메인프레임 환경의 코볼·RPG·PL/I 등 텍스트 환경의 애플리케이션으로서 제한적으로 정의돼 왔으나 최근 인터넷 환경이 도래하면서 클라이언트 서버 시스템인 비주얼베이식·파워빌더·델파이 등도 구 시스템의 범주에 들어가게 됐다.

 이는 Y2K 문제 해결을 위해 손봐야 했던 물량보다 e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변경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뜻한다. 운영 주체 입장에서는 인터넷 컴퓨팅 환경에 맞추기 위해 수많은 구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계속 운영하면서 적당한 개발 시기를 잡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안게 됐다.

 과거 컴퓨터 시스템은 기업의 경영지원 도구였지만 지금은 기업의 생존도구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 지 오래다. 인터넷은 분명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모든 기업들이 십수년 동안 사용해 온 구 시스템 처분이라는 큰 문제점을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Y2K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가지 교훈을 얻은 바 있다. 바로 구 시스템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영국 등 정보화 선진국에서는 LM(Legacy-to-Modernization)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위한 여러가지 대안과 솔루션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과거 Y2K 솔루션을 개발해 온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 시스템을 e비즈니스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수의 성공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이들 선진 기업은 구 시스템에 포함된 비즈니스 로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도 기업의 중요한 자산임을 인지하고 있다.

 새롭게 e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소스코드 자동 변환 툴을 활용해 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완전한 인터넷 기반 애플리케이션 구축이 가능해진다. 추가로 투입될 하드웨어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비와 유지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필자는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저 간단하게 시스템을 재구축한다는 단순한 발상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기업들도 시스템을 재구축하기 위한 개발 기간과 비용, 재구축에 따른 업무 개발 위험도에 대하여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것이 이뤄진다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아래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비 물자의 재활용을 이해하고 실천했던 것처럼 기업도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 지식을 재사용하는 의미와 그의 실천 방법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쓸만한’ 낡은 자원을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맞도록 재활용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박병형 케미스 대표 kimjs@cam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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