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EMS 바람` 거세다

 최근 국내 전자업계에 제품생산을 통째로 외부에 맡기는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내 물건은 내가 만든다’는 제조업의 기본개념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미국·일본의 하이테크 제조분야에서 보편화된 EMS 전문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EMS란 전자제품의 생산을 완성인도방식(턴키 베이스)으로 위탁받아 설계, 부품조달에서 조립생산까지 책임지는 ‘생산 전문회사’로 고객기업의 요구에 따라 제품생산의 모든 과정을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위해 해외 부품조달까지 담당한다는 점에서 단순조립만 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는 차이를 보인다.

 부천시 중동의 테크노파크에 위치한 PJ전자(대표 김상연 http://www.pjsmt.co.kr)는 국내외 20개 고객사를 상대로 EMS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생산제품은 미국 제너널일렉트릭의 초음파 의료진단기와 HP의 팩시밀리,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인터넷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25종에 이르는데 총 150억원대의 설비투자가 들어간 초고속 SMA 9개 라인은 1∼2일마다 생산품목을 바꾸며 제각기 새로운 물건을 찍어내기에 바쁘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완벽히 갖춘 셈이다.

 PJ전자는 부품조달에서 완제품 공급까지 납기준수는 물론 깔끔한 품질관리능력을 인정받아 해외 유명 전자업체의 주문생산이 계속 밀려들자 회사매출이 지난해 170억원에서 올해는 35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컴퓨터(대표 김기용)는 올초 EMS사업부를 신설하고 해외기업 대상의 수탁생산 수주에 적극 나섰다. 한국컴퓨터는 자회사인 한국트로닉스가 이미 자체 생산라인을 기반으로 국내 대기업에 휴대폰 LCD모듈의 EMS 생산을 하는 점을 감안, 신설한 EMS사업부를 미국·일본의 하이테크업체를 대상으로 EMS영업을 전담시킨다는 방침이다.  

 EMS사업부측은 단순 임가공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부품조달과 완성제품의 물류 등 제조과정 전후방의 관리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는 점에서 기존 OEM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하며 현재 추진중인 외국 휴대폰업체와 위탁계약이 성사될 경우 연말까지 200억원대 EMS 수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삼양전자(대표 송양형 http://www.sam-yang.co.kr), 한주에스엠티(대표 백남칠), 뉴인포시스텍(대표 정효동 http://www.nisystech.com) 등 EMS 전문을 표방하는 생산 전문업체 5∼6개가 속속 나타나 입지를 넓히고 있다.

 PJ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제조업도 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함께 사용해 토털서비스를 제공해야 생존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EMS 생산방식이 자금운용과 신용관리면에서 어려움이 많지만 제품개발과 생산을 따로 분담하는 전문생산체제는 향후 대세로 굳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