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한국종합전시장에서 개봉됐다. 매일 어린이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1980년대 ‘로봇 태권브이’에 이어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공을 일궈냈다.
그런데 정작 작품이 상영된 극장 안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음향장비는 임대된 장비였고 스피커만 상영막 앞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영 내내 소리의 울림으로 대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관객의자는 플라스틱 의자였는데, 극장을 처음 찾은 어린이들은 의자를 흐트려 뜨리고 의자 위에 올라서 관람하는 등 ‘어린이 놀이터’를 연상케 했다. 게다가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들은 뒤편의 의자를 모아 누워서 잠을 청하는 등 마치 유원지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지난 2000년에는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이 단 한편도 개봉되지 않았다. 올해는 어린이날 개봉한 ‘더킹(The King)’을 비롯해 3, 4편이 개봉 대기중이라고 한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제작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가 불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니메이션의 흥행을 선도하던 월트디즈니가 기존 작품들에 비해 흥행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여름 이러한 분위기를 일거에 쇄신이라도 하려는 듯 극장용 만화영화 상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국산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상영할 극장을 예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내 중심가의 대형 극장에 배급하기 위해서는 미니멈 개런티를 약속해야 한다. 또 개봉하더라도 일주일 내에 지정된 관객수가 동원되지 않으면 바로 작품상영이 완료되는 계약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게 되는 공간이 국제전시장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호텔 연회장, 그리고 공공시설인 시민회관 등이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의 상영관 시설이 양호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감상이 예전같이 열악하지는 않지만 극장과 같은 분위기에는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장편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어린이들은 대개 극장관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인 취학전 아동들부터 극장관람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울 것이다. 대형화면과 월등한 음향 효과는 어린이들에게 텔레비전에서는 맛보긴 힘든 감동을 전해준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의 극장상영은 더욱 중요하다. 제대로 된 극장에서 열심히 제작한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을 많은 어린이들이 볼 수 있고 또 진지한 감상과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요구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애니메이션 전용관은 필요하다.
요즘 여러 곳에서 멀티플렉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안에 애니메이션 전용관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하는 바람이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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