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e비즈니스와 핵심역량

그동안 e비즈니스를 추진해온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해 적자 상태를 전전하는 인터넷기업이 늘고 있고, 급기야 인력을 축소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 증권시장에서 주요 인터넷기업의 주가가 2000년 초에 비해 5분의 1 아래 수준으로 하락한 데서 보듯이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고,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해 최악의 성과를 낸 11개사 가운데 8개 기업이 인터넷기업으로 나타나는 등 인터넷기업의 커다란 부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비로소 ‘닷컴열풍’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말하자면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생겨난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e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가운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하나둘 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조정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러한 조정기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e비즈니스 시대를 예비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시기를 통해 경쟁력이 없는 수많은 기업들은 사라지고 강한 경쟁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들만이 살아남아 시장 선도기업으로 부상하면서 다가올 e비즈니스 시대의 강자로 군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조정기는 e비즈니스를 추진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도 앞으로의 생존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어떤 준비를 어떻게 갖추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인터넷기업들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특히 B2C기업의 경우 앞으로도 4분의 3 이상이 도산하거나 흡수돼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일 만큼 인터넷기업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 B2B든 B2C든 이른바 전통 기업들의 e비즈니스도 아직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e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선점하고 더욱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디지털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기업도 적지 않다.

 결국은 준비하기에 따라서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미래의 e비즈니스 환경에 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e비즈니스도 결국은 비즈니스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핵심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오프라인의 강점을 온라인으로 연계시킬 수도 있을 것이며, 각각의 핵심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가치사슬(value chain)을 형성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제품 및 서비스에서의 리더십 확보는 성공적인 e비즈니스를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 분야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인 시스코나 인텔, 델컴퓨터의 경우도 제품 및 서비스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e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제1의 요인이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델컴퓨터의 CEO 마이클 델은 “오프라인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업을 온라인화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단지 온라인을 활용한 경쟁력 없는 사업으로 변할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둘째는 사업특성에 맞는 eCRM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시대는 고객이 스스로 원하는 가치를 규정하고 창출하며 중간과정 없이 직접 구매세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고객중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봤을 때 온라인을 통해 고객과의 1대1 대응이 가능하고 정확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eCRM은 e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셋째는 e비즈니스에 관한 전략을 더욱 효율적인 방향으로 재정비하는 일이다. e비즈니스의 전략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비전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비즈니스는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e비즈니스는 기업비전의 달성 혹은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e비즈니스는 지금보다도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미래의 사업환경에서 기업의 리스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e비즈니스의 침체기가 아니다. 본격적으로 전개될 e비즈니스시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때인 것이다. 유행과도 같은 ‘닷컴열풍’에 떠밀려 추진하는 e비즈니스가 아니라 기업의 비전을 실현하고 그리하여 디지털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e비즈니스가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

LG전자 사장 bcjung@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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