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언제쯤 통신서비스주 팔자 공세를 멈추고 사자로 돌아설까.
아직까지는 통신시장의 불확실성과 대표주인 SK텔레콤 및 한국통신의 수급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외국인들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국통신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과 SK텔레콤의 지분매각을 계기로 외국인들이 통신서비스주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들어 통신서비스주 매도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일부터 하루도 쉬지않고 줄기차게 이어진 외국인 매도공세로 20일 현재 외국인지분율이 49.98%에서 46.31%로 떨어졌다. 27일(현지시각) 해외 DR 발행을 앞두고 있는 한국통신도 최근 7일 동안 외국인들이 126만주 가량을 내다팔았다.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도 이번주 내내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정보통신부의 비대칭(차등)규제 방침으로 통신서비스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통신서비스주를 사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유럽의 통신서비스업체들이 과도한 IMT2000 출연금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외국인들이 전세계 통신서비스주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발표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에서 전세계 통신서비스 비중은 전체업종 중 가장 큰 폭인 1.0%를 축소시켰으며 한국 등 이머징마켓지수에서도 통신서비스는 0.69% 줄어들었다.
수급상황도 외국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부터 NTT도코모와 전략적 지분매각(14.5%)을 겨냥한 주가부양 차원 및 한국통신 보유물량(4%) 매도에 맞서는 ‘양수겹장’을 노리고 자사주매입(4%)에 나섰지만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통신은 이 기간에 단 1주의 SK텔레콤 주식도 내다팔지 않았다.
한국통신도 주식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국통신은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오는 27일로 예정된 해외 DR 발행을 제외하고도 연내에 1억주 이상의 정부물량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정부가 수급에 관한 해결책을 제기하기 전에는 물량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용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해외시장에서 통신서비스주가 투자심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불확실한 규제 번복으로 통신서비스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통신서비스주의 매수에 나서기 위해서는 통신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통신서비스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기대할 만한 호재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통신서비스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NTT도코모의 IMT2000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3분기 이후에나 통신서비스주들이 모멘텀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다음달부터 통신서비스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통신이 해외 DR의 성공적인 발행을 통해 25억∼3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할 경우 외국인들의 국내 통신서비스 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증시에선 관련주들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의 전략적 지분매각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주당 매각가격에서 이견을 보여왔던 NTT도코모와 최근 합의점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진 SK텔레콤이 이르면 다음달 초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내고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국내 증시의 대표 통신서비주인 SK텔레콤의 상승은 통신서비스주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종인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통신의 성공적인 해외 DR 발행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통신서비스주에 상승모멘텀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SK텔레콤의 지분매각 성사까지 이뤄지면 통신서비스주 전반에 상승효과를 낼 수 있어 발길을 돌린 외국인들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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