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정책 `표류`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뒤늦게라도 비메모리반도체 시제품 설계 지원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일단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비메모리 반도체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의 재검토는 애초부터 중복의 우려가 번번이 지적된 것이어서 뒤늦은 감이 있다.

 산자부는 경기가 나쁘고 업체들의 기술개발 완료시점에 차이가 있어 참여업체가 적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먼저 사업을 시작한 만큼 정통부에 뒤질세라 당초 계획대로 사업 공고를 내고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나빴다. 4개 업체씩 연 12회 시제품 라인을 가동하고 비정기 라인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1차 접수결과로는 신청업체수가 10여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원하는 공정이 달라 이달말 시작하기로 했던 0.35㎛ 상호보완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공정은 참여할 업체를 추가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달 중순에나 돼야 시작할까말까 하다.

 정통부도 ‘주문형반도체(ASIC) 파운드리 원스톱서비스’에 대한 중복우려 지적이 있자 아예 시기자체를 연기했다. 어떻게든 산자부와는 똑같이 가면 모양새가 안좋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미리 후공정 및 양산 지원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고민중에 있다.

 결국 두 부처는 경쟁적으로 시행했다가 출범초기단계에서 표류하게 됐다. 그런데도 양 부처는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는 정통부 때문에 업체들의 호응도가 분산돼 참여율이 저조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통부는 산자부가 적절한 계획을 내놓지 못해 사업 자체의 인기도가 떨어졌다고 서로 상대방측에 잘못을 떠넘기고 있다.

 두 부처는 IT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업체들에 실질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선 두 부처가 사전에 협의하면서 조정하는 모양새도 갖추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려 했다는 비난과 매를 맞기 전에 매맞을 일을 스스로 줄일 수도 있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정부의 불신만을 초래한다.

 비메모리산업의 육성은 우리경제를 짊어지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 더구나 경쟁국가들이 우리보다 한발앞서 뛰어가고 있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

 두 부처가 그동안의 비판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은 모범적인 공조체제를 이뤄 이미 배정된 20억원(산자부)과 45억원(정통부)의 예산을 얼마나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비메모리반도체산업 인프라 확대에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산업전자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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