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4)온라인 게임 해외 시장 진출

 ‘온라임게임, 이제는 해외시장이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E3전시회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온라인게임분야에서는 전설적인 개발자로 통하는 리처드 게리엇 형제를 영입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미국 ‘오리진’에서 세계 유명 온라인게임인 ‘울티마온라인’을 20년간 개발해온 컴퓨터게임의 선구자 리처드 게리엇, 로버트 게리엇 형제를 비롯해 ‘애쉬론즈콜’과 ‘커맨드앤컨커시리즈’ 등 세계 유명 게임의 개발자와 전문경영인 20여명을 사들였다.

영입비용만도 431억원에 달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엔씨소프트는 국내 선두업체의 자리를 벗어나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사로 거듭나겠다는 장대한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게임은 PC나 아케이드·비디오 게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최근들어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8년 33억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은 99년 45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약 65억달러로 성장했다. 최근 몇년간 연평균 50%에 가까운 초고속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PC게임시장에 버금가는 황금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시장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일본·미국 등지의 오프라인게임 공룡들이 온라인게임사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미 일본에서만 캡콤·세가 등 30여개 업체가 온라인게임 개발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이후에는 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게임업체들이 모두 온라인게임시장에 참여해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99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PC방에 힘입어 초고속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며 일부 선두업체들은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온라인게임의 핵심인 네트워크 처리기술이나 게임 콘텐츠의 질적 수준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해외진출은 국내 온라인게임의 성장을 견인해 왔던 PC방이 경영악화로 침체일로에 접어드는 등 국내 시장여건이 악화함에 따라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두업체인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는 지난해부터 대만·중국·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등 미국 및 일본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한국과 게임시장 여건이 비슷한 대만시장의 진출이 가장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월부터 대만 감마니아사를 통해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현지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13억원의 로열티수입을 올린 데 이어 올 1분기에만 16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3월부터 대만에서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액토즈소프트의 ‘천년’도 최근 동시접속자 1만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만의 세인트허밋스튜디오를 통해 계약금 20만달러를 받고 수출된 ‘천년’은 향후 매출의 25%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어서 올해 7억원의 수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소프넷도 지난 2월 대만 에이서사를 통해 ‘드래곤 라자’의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2개월만에 15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밖에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레드문’, 태울의 ‘영웅문’, 이야기의 ‘판타지포유’ 등 국내 온라인게임 20종이 대만에 서비스되고 있다. 대만 온라인게임시장의 90%를 한국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김양신 사장은 “대만 게임시장은 한국과 정서가 비슷해 상대적으로 시장진출이 수월하다”며 “대만은 잠재력이 가장 큰 중국시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대만의 온라인게임시장을 150억∼2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한국산이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올들어 게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지에 게임을 수출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업체들이 세계 선진 게임업체들과 맞서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를 선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내업체들은 네트워크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를 유지하고 있으나 마케팅능력을 비롯한 경영능력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세계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다는 것. 최근 미국·일본의 선진업체들이 앞다퉈 온라인게임 개발에 나서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업체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세계시장 석권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현지에서의 서비스 운용과 마케팅능력이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국내업체들은 해외 시장정보 및 마케팅능력의 부족으로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해 50만달러 미만의 계약금만 받고 싼값에 게임을 통째로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국산 온라인게임들이 차별성이 없다는 점도 세계시장 석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80∼90%의 온라인게임은 ‘리니지’와 같은 팬터지 롤플레잉 게임으로 작품별 차별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 비슷한 장르의 국내업체들이 과당경쟁을 벌여 덤핑수출로 이어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산게임의 인지도가 매우 낮은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며 게임엔진·그래픽 등 요소기술능력의 축적을 통해 3D게임·가상현실게임 등 차세대 게임시장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종합지원센터의 성제환 소장은 “국산 온라인게임이 세계시장에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쟁국가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요소기술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며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만 대량 생산한다면 국내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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