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전자·정보 분야의 국가표준(KS)규격을 국제표준규격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수준으로 전면 개정키로 한 것은 산업표준의 국제화 추세에 부응할 뿐 아니라 무역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본다. 더욱이 일본공업표준(JIS) 규격이 개정되면 KS규격도 함께 개정하던 그동안의 소극적인 대응방식에서 탈피해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거나 국제적 호환성이 필요할 경우 표준규격에 맞게 신속히 관련규격을 개정하겠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KS규격은 일본의 JIS규격을 모델로 지난 61년 제정한 이후 무려 40여년간 그 골격을 유지하다 보니 국제규격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런 부실한 국가표준체계가 산업경쟁력의 발목을 잡았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9월 말까지 글로벌스탠더드화가 가장 활발한 전기·전자·정보 분야의 KS규격 40개를, 2002년 말까지는 164개를 국제전기기술위원회 규격에 부합하도록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2003년까지는 전기·전자·정보 분야를 포함한 모든 KS규격의 80%, 2005년까지 100% 국제표준과 일치시키는 한편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표준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표준화 5개년 계획도 추진한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오는 2005년까지 총 200억원을 투입해 시험연구시설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아울러 미국·일본·중국·러시아·프랑스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국제표준화기구(ISO/IEC)에서 실질적 리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준선점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그동안 누누이 지적됐던 정부의 표준전략 부재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KS규격의 전면 개정에 나서면서 불거졌지만 사실 글로벌스탠더드 문제는 우리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0년대부터 세계표준 장악이라는 기치 아래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세계표준 제정과 병행해 시장선점을 주도해왔던 유럽의 경우 이미 IS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세계표준단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본도 지난 98년부터 생존전략 차원에서 통산성(현 경제산업성) 주도로 표준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의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전자·정보 분야의 경우 유럽국가의 90% 정도가 IEC규격을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글로벌스탠더드화에 발벗고 나선 것은 뒤늦긴 했지만 잘한 결정이다.
차제에 글로벌스탠더드화를 통해 기술장벽을 사전에 해소하고 국제표준화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체의 국제경쟁력도 제고시켰으면 한다. 어떤 규격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느냐에 따라 해당 산업체나 국가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이고 보면 국가규격을 국제표준에 맞추고 나아가 국제표준화 전쟁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마음먹고 시행하는 국가표준의 글로벌스탠더드화가 조기에 정착되고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체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국제표준에 둔감한 내수의존형 중소기업들이 글로벌스탠더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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