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졌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 유수업체와 공동제작 또는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문화산업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이 발전 가능성이 큰 영상산업으로서의 위상을 점차 확보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의 도약을 위한 제반 여건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몇 년 전부터 문화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전체적으로 활성화된 것도 애니메이션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불과 얼마전만 하더라도 스크린 쿼터제에 의존해 연명하던 국내 영화들이 이제는 외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제치고 당당히 흥행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때 팝송의 독무대였던 음반시장도 가요가 대세를 뒤바꾼 지 오래다. 이젠 애니메이션이 도약할 차례다.
지난해부터 국내에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닌 창작 업체들이 자리잡기 시작해 바야흐로 창작 애니메이션의 중흥기를 이루고 있다. 올해 제작중인 작품만 100편이 넘는다. 문화산업지원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창작 애니메이션이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어났으며 내년에는 외국 하청 생산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애니메이션 만년 하청국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의 주인공으로 나설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도약을 시도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이 있다. 제작공정의 후진성과 막대한 제작비용이 그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작공정의 선진화가 우선돼야 하며 제작공정의 선진화는 탄탄한 전문인력이 있어야 이뤄낼 수 있다. 애니메이션 최대 하청국이었다는 전력은 애니메이션을 기획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그만큼 양성되어 있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하나의 산업으로서 애니메이션을 이해하고 투자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정부차원에서 육성돼야 한다.
문화산업지원센터의 조사에서 애니메이션의 평균 제작비용은 약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문화 콘텐츠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에 이러한 제작비용은 감당하기 벅찬 규모다.
모처럼 맞은 애니메이션 중흥기를 잘 살려 애니메이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련 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제작비용 문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먼저 해외합작·공동제작·투자유치 등의 방법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 투자설명회 개최·해외 시장개척 지원 등 정부의 다각적인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업계도 상품으로서의 애니메이션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제작공정의 효율화를 통해 제작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제작비용을 낮추려면 애니메이션 관련 최신 기술들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흐름에서 눈에 띄는 것은 3D 애니메이션 활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 국내영화 최고가로 팔린 ‘원더풀데이즈’도 입체적 비주얼 강조를 위해 3D를 대거 도입했다.
국내 3D 제작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3D 기술은 시간·인력·경비 등 투자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모션 캡처 데이터를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데 현재 개발된 기술로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어놓은 모션 데이터를 다시 재활용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3D 작업과정을 효율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제작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업체들이 3D 애니메이션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정작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원천기술 분야인 디지털 캐릭터·동작·표정의 자동생성 기술이나 모션 캡처 데이터의 응용기술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생산해 내려면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나 미국의 ‘픽사’ 같은 전문적인 그래픽 연구단체나 회사가 국내에서도 탄생해야 한다.
최근 미국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 ‘슈렉’이 주말개봉 수익 4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한다. 언제까지 이들을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의 창작 애니메이션이 극장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날을 기대한다.
김종수 애니큐브 대표 yeonsan@anicub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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