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럽의 경제 위기는 두 가지 요인을 안고 있다. 내부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외부로는 유럽산 상품의 수요가 대륙에서 한풀 꺾였다는 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이 4월에 2.9%를 넘어서면서 11개월 째 유럽 중앙은행의 목표 2%를 넘어버렸다. 인플레이션의 원인들은 뿌리가 깊고 고질적이다. 유가 상승이 주요 요인이다. 다음으로 식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점이다.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및 쇠고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고가의 에너지는 제조업 및 운송의 고비용을 의미한다. 구제역 파동은 광대한 국경을 둘러싼 비즈니스 활동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및 국외 투자 역시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비즈니스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유로화 약세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유로화는 특히 유가 및 천연가스의 수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고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유럽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게 어려워진다.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유럽은 세계적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보다 더 세계 경제에 노출되어 버렸다. 미국의 경우 국내 총 생산의 15% 미만을 해외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독일의 경우 대외 무역 의존율이 국내 총 생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세계적 불황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의 2조1000억달러의 경제 규모는 유럽 최대일 뿐 아니라 유로존 경제권의 31%에 달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 둔화는 다른 유럽 지역의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이 전체 EU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영향을 받을 국가는 독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프랑스일 것이다. 프랑스의 2001년도 1·4 분기 국내 총생산은 2년째 최저치를 기록했고 산업생산 역시 4월 들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독일은 경제 성장률을 2% 정도로 내려 잡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소비자 지출, 수출 증가, 산업 생산, 성장률 및 비즈니스 신인도 등 모든 분야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실제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도 1·4 분기보다 더 수치를 내려 잡았다.
현재 네덜란드의 인플레이션은 5.3%로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성장률은 8년째 감소하고 있다. 유럽의 중심국인 네덜란드의 경기 둔화 및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네덜란드는 다량의 부실 기업을 양산하게 될 수도 있다.
유럽은 모든 면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
6개월간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중앙은행은 5월 10일에 0.25%의 금리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시장에 충격을 가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심화시켰다. 유럽 중앙은행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힌 조치였다. 시장은 유로화의 약세를 주도하면서 유럽 중앙은행에 응수했다. 다음으로 유럽의 정책상 취약점은 전반적인 구조에 있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단일 재정 결정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의 국가들은 재정적 독립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각 국가의 사정에 맞게 자유롭게 정책을 결정한다거나 혹은 중앙 기구에서 조정을 하는 대신에 유럽 의회, 유럽 위원회 및 유럽 중앙은행간에 끝임 없는 정책 비교, 협의, 수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위원회 중심의 정책 결정 마인드는 정부의 반응을 무디게 한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사회 복지 모델은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유럽을 고착화시키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만든 요인이었다. 프랑스에 위치한 영국계 소매점 막스스펜서의 경우 종업원 감축에 수개월을 소요했고 이미 법적 공방을 치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 위원회는 노동 보호권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위축 정책은 자본의 이탈, 유로화 약세 및 유럽의 장기 불황을 가져올 뿐이다.
유럽의 현재 불황을 특히 공고하게 만드는 요인은 사안의 성격상 악순환의 반복 및 유럽의 부실한 정책들에 기인한다. 열악한 정책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유로화를 약화시킨다. 유로화 약세는 수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 고인플레이션은 새로운 투자에 제한을 가하고 대규모 실업 사태를 촉발시킨다. 사회 민주주의 유럽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시키는 정책을 후원함으로써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유럽이 탈피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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