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업자-SO-ISP VoIP서비스 주도권 다툼

　초고속인터넷 기반 음성데이터통합(VoIP) 서비스가 활성화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분야 사업수행 주도권을 놓고 망을 보유한 망사업자와 종합유선(SO)·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등 서비스 제공 주체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루넷·지앤지네트웍스·새로운넷·웨이콤 등 초고속인터넷 망사업자들은 대부분 향후 VoIP 서비스를 전체 초고속인터넷사업의 부가개념으로 플랫폼화해 소속 SO나 ISP들에 제공한다는 계획이고 해당 SO나 ISP들은 독자 추진쪽으로 점차 의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왜 벌어지나=가장 큰 이슈는 수익 차지의 문제다. 망사업자들은 일원적인 VoIP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깔아놓은 초고속인터넷망의 효율성을 다소나마 높이고 부가적인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또 초고속인터넷 상품과 VoIP를 패키지화해 판매한다면 가입자 유치 및 대중 마케팅에 커다란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이런 의지를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SO·ISP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단 장비만 받쳐 준다면 독자적인 장비 판매, VoIP 서비스 호중계 수수료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사업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SO·ISP를 대상으로 VoIP 트래픽을 받아 처리를 전담하겠다는 사업자까지 생겨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 SO·ISP 입장에서는 초고속인터넷망은 망사업자로부터 빌려 쓰지만 거기에 부가되는 VoIP 서비스는 얼마든지 독자 행보를 취할 수 있다는 논리를 견지하고 있다.

　◇어떻게 전개될까=일단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이 VoIP서비스를 공표한 이상, 초고속인터넷기반 VoIP서비스의 활성화는 확정된 수순이다. 또 망사업자와 SO·ISP 연합군간 전초전 양상도 이러한 VoIP서비스의 성장성을 어느정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 기반 VoIP서비스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길로 가되 망사업자는 망사업자간 경쟁으로, SO나 ISP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시장에서 수평적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해타산에 따른 SO들의 이합집산이나 특정 망사업자로부터의 이탈 및 다른 사업자로의 합류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또 VoIP서비스 제공이 별정2호사업권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방SO·ISP들의 별정통신 사업권 러시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상생의 길 찾아야=망사업자와 SO·ISP들은 누구냐를 가릴 것 없이 각각의 사업분야에서 극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VoIP서비스를 놓고 사분오열해서는 안 그래도 힘든 시장분위기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망사업자와 SO·ISP뿐 아니라 VoIP장비, 솔루션업체까지 모두 포괄하는 큰 그림의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이 본격적인 시장경쟁 전에 이들 각 주체들이 이뤄놓을 급선무다.

　특히 이러한 예비신경전이 본격적인 VoIP서비스 상황에서 통화품질 및 요금문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 이용자로부터 외면받는 것밖에 안 될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