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南橘北枳)-‘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강북의 탱자가 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인 안영의 ‘안자춘추’에 나오는 말이다.
초나라 영왕이 제나라에서 이름난 안영을 초청해 그를 욕보이고자 던진 말에 안영이 멋지게 대꾸한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무조건 수용하게 되면 본래의 좋은 의미를 벗어나 변질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현대에 와서 소위 ‘탱자문화’로 전이됐다.
유자의 과실성에 비유되는 탱자의 비과실성에 빗대 우리는 별로 소용이 닿지 않는 것을 일컬어 탱자라 한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것을 ‘탱자탱자한다’고 표현하는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탱자의 효용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들이 해외의 경영기법을 도입해 자사에 효과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탱자의 효용을 십분 이용한 변환이다.
탱자나무가 본래 한기와 병에 강해 벌레가 덤벼들지 못하듯 기업들은 해외 선진기업의 우수한 경영기법을 자신들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근 디지털경영을 선도하는 벤치마크 경영이다.
◇모든 정보는 철저히 공유한다=삼성SDS는 업무관계로 접촉한 대인정보를 경비사용 전표처리시 반드시 입력하도록 한다. 사업과 연관된 고객정보나 대인관계별 상담내용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특히 해외출장의 경우에는 상담내용을 입력하지 않으면 경비정산이 안 되도록 제도화했다. 야박해 보이는 이 제도는 미국 휴렛패커드(HP)의 사례를 벤치마크한 것이다. 고객의 것이라면 사소한 내용이라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관리방법이다.
◇유익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보상한다=직무에 대한 보상에 인색하던 국내기업들이 벤치마크를 통해 변한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이같은 보상제도가 제도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SDS는 사이버 화폐제도를 운영한다. 사이버 화폐제도는 지식의 공유를 위한 노력에 대해 보상하는 것으로 자신이 등록한 지식이 다른 임직원들을 통해 활용될 때 금액으로 보상하는 방법이다. 회사는 지식경영의 중요성을 충분히 홍보하고 해당 임직원은 부수적인 수입을 챙기는 윈윈경영이다. 로터스·언스트앤영·맥킨지 등에서 이같은 경영을 찾아볼 수 있다.
◇직접 가서 배운다=LG는 전 계열사 차원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해외 선진 IT기업 현장에 파견해 성공사례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IT는 물론 제조, 화학 등 전 계열사 CIO가 참가하는 이유는 업종을 불문하고 IT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그룹 차원의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4월 1차로 실시된 벤치마크 연수에는 오해진 LGEDS시스템 사장을 비롯해 김종팔 LG화학 부사장, 박종철 LG칼텍스정유 부사장, 박진규 LG니꼬동제련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선진 IT기업의 기술동향 및 전략, 활용사례 탐방을 목적으로 가트너그룹·선마이크로시스템스·i2테크놀로지·시스코시스템스 등을 방문했다.
LG측은 이같은 해외 벤치마크 연수를 매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대상도 비즈니스유닛(BU) 리더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내부 시스템도 과감히 개선한다=현대정보기술은 e비즈니스 시대를 이끌어 나갈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해 선진 인사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도입한 직무성과인사제도(HEROS)는 직무성과 위주의 인사제도로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강조한 디지털 조직문화 혁신, 고용환경 및 직원가치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인사제도 혁신,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상 구현을 위한 인재개발 혁신 등이 그것이다.
현대정보기술은 미국 인텔·시스코시스템스·애플·AMD 등 IT 선진기업의 시스템을 응용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배운다=SKC&C는 IT 아웃소싱 서비스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캐나다의 텔러스인터내셔널로부터 다양한 신개념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정보서비스지원센터(ISAC)는 사용자들의 제기하는 모든 IT관련 질의 및 문제를 하나의 창구에서 전문가 수준의 에이전트들이 24시간 원격으로 해결하는 체계다.
또 SKC&C는 텔러스로부터 문제 및 변화관리(PM/CM) 시스템을 도입해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련한 16가지의 정형화·명문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SKC&C가 텔러스로부터 도입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물경 80여가지에 이른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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