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국회의원·한나라당
세계는 이제 산업화시대를 뒤로 하고 지식기반사회를 바탕으로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는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
21세기의 산업경쟁력은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와 콘텐츠의 2·3차 산업으로의 가공여부(원소스 멀티유즈)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의 핵심은 동영상이며 동영상의 핵심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극장 개봉, 비디오 출시라는 1회 수출로 끝난다면 애니메이션은 둘리나 손오공과 같은 캐릭터 출시, 리니지와 같은 게임 출시라는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하다.
아동용의 경우 주 시청연령층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아시아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한국이라는 한계성을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의 잠재력은 세계 애니메이션 생산량의 3분의 1을 감당하는 인프라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영국의 방송교육 프로그램 ‘텔레토비’는 등장 캐릭터들이 어느 나라를 상징하는지 알 수 없으며 세계 여러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은 어떤가.
현재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우리 영상물이 외국에 수출돼 호평을 받고 있으나 영상물 수출의 94%는 사실 애니메이션이 차지하고 있다. 또 애니메이션 종사자만 2만명에 달하며 20개 4년제 대학과 21개 전문대에서 관련분야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수출의 대부분은 외국 애니메이션의 하청작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창작 애니메이션도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게다가 방송사의 국산 애니메이션 투자는 인색하며 대부분의 방송사가 외국의 애니메이션을 수입해 송출하는 데 급급한 형편이다.
영화는 ‘문화벤처’ 개념이 도입되고 국산 영화의 잇단 흥행성공으로 투자사의 자금이 몰리고 있으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사정이 크게 다르다. 영화에 비해 회수기간이 길며 편당 투자금도 2배 이상 차이나고 배급시 볼 수 있는 관객수의 차이 등으로 인해 민간 투자사들이 애니메이션에 투자하려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몇가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첫째, 애니메이션 전문펀드의 결성이 필요하다. 영화의 경우 국가 기관에 속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판권융자담보, 제작지원사업 등이 진행돼 안정적인 영화제작의 기틀이 마련됐다. 현재 애니메이션은 영화와는 비교될 수 없는 조건속에서 영화와 경쟁하며 민간 투자사들의 단기자금을 유치하고 있으나 3∼5년이라는 긴 작업기간 때문에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을 업체들이 떠안고 있으며 민간자본은 한편만 실패하더라도 다른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를 회피해 산업 전체가 위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애니메이션 산업을 도맡을 정책기관을 지정하고 영화와 마찬가지로 융자지원이 아닌 투자형태의 지원으로 지원방식을 바꿔 애니메이션도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 정책기관이 지원규모를 결정하고 애니메이션의 여건에 맞는 파이낸싱 기법을 개발함으로써 애니메이션 창작기반이 구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인력양성 문제다. 현재 40여개 대학에서 관련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나 애니메이션 사업의 속성상 현장에서의 기술숙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론위주의 대학교육과 산학협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몇 년씩 교육받은 인력이 현장에 제대로 배치될 수 없는 형편이다.
현장에 있는 전문인력의 대학강단 진출과 학생들에 대한 산학협동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또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자리를 잃고 있는 2D 셀 애니메이터들의 재취업을 위한 재교육도 활성화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의 경우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법칙인 출판만화→TV방송용 애니메이션→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흐름이 성립되기 어렵다. 일본과 달리 흥행에 성공한 출판만화가 매우 적으며 TV방송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방송사의 투자관행에 맞추다 보면 자금여력이 있는 OEM회사 위주로 선정돼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 지원을 위한 정책기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대중문화개방의 여파로 재패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일본 만화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만화영화는 아이들만 본다’는 선입견이 사라지고 애니메이션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애니메이션의 창작열풍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한다면 영화분야의 활성화를 애니메이션이 이어가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관련업계는 책임기관을 지정하고 5∼10년을 내다본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조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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