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L모뎀 업체들 사업전환·포기 속출

 ADSL모뎀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된 한국통신의 ADSL장비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결과 ADSL장비가격이 폭락, 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상당수 ADSL모뎀 생산업체들이 채산성 및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포기 및 생산품목 전환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수십여개가 난립하고 있는 ADSL모뎀 생산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가격경쟁력 또는 해외마케팅 능력을 갖춘 일부 업체만이 살아남아 ADSL모뎀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현대네트웍스에 ADSL모뎀을 공급해온 T사는 이번 한국통신 입찰에서 현대네트웍스가 탈락, ADSL모뎀의 판로가 막히는 등 ADSL모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사업자체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현재 30억원 어치의 재고물량을 일반유통점에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상황이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또 다른 ADSL모뎀 생산업체인 K사도 자사제품을 구매해온 장비업체들이 한국통신 입찰에서 떨어지자 판로확보를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ADSL모뎀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ADSL모뎀 생산업체들의 상당수가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한국통신의 입찰결과 여파로 인해 앞으로는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중소 ADSL모뎀 업체의 경우 채산성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데다 갈수록 판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업체난립 현상을 보여온 ADSL시장은 앞으로 한국통신의 장비공급업체로 선정된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일부 ADSL업체가 주도권을 쥐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ADSL모뎀 자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해외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들이 병존하는 상황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국내 ADSL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업체들이 ADSL모뎀 시장에 진출, 과열경쟁 양상을 보여왔다”며 “이번 구조조정과정은 상당수 ADSL모뎀업체의 사업포기를 촉발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업체들을 가려내 국산 ADSL장비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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