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자상권>호남권-전자상가 ·대리점·양판점 난형난제

 호남지역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특징은 집단상가와 양판점·대리점이 혼조양상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절대적인 강자체제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집단 전자상가는 그 규모나 수가 적고 역사가 짧다는 점 때문에 확실한 자리매김을 못한 상태이고 양판점과 대리점 역시 주택가 등 소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지역에 전자상가가 집중돼 있는 타지역과는 달리 주로 대형 아파트단지 등 주택가 입구에 4∼5개씩 골고루 분포돼 있어 주로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이 이뤄진다.

 또 하나 가전제품은 집단상가와 양판점, PC는 대리점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의 경우 가격비교와 쇼핑이 용이한 집단상가와 양판점을 주로 찾는 반면 PC는 메이커별로 시내권에 고루 진출해 있는 대리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호남지역에 들어선 전자제품 유통업체수는 종합상가의 경우 반도전자상가·금남전자랜드·금호월드(이상 광주)·테크노타운(전주) 등 4곳이다. 전남지역에는 아직 종합전자상가가 없는 상태다.

 양판점은 하이마트의 경우 광주 11곳, 전북 12곳, 전남 7곳 등 30개 대리점이 영업중이고 전자랜드21은 8곳이 들어서 있다. 또 리빙프라자도 29개점에 달한다.

 대리점은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가 광주 37곳, 전북 61곳, 전남 40곳 등 모두 138곳에 진출해 있고 LG하이프라자는 광주 5곳, 전남 2곳, 전북 7곳 등 14개점이 진출해 있다.

 특히 광주는 롯데·신세계·현대 등 이른바 ‘백화점 빅3’가 모두 진출해 있는데다 이마트·마그넷 등 16개 중소형 할인점도 가전제품을 취급해 집단상가와 양판점·대리점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타지역 백화점에서는 대부분 전자제품 매장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추세지만 광주지역에서는 아직까지 고객이 꾸준해 매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말까지 삼성 홈플러스, 까르푸 등 대규모 할인점이 신규진출할 예정이어서 광주지역 유통업계에서는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호남지역 전자제품 시장규모를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은 주춤한 상태지만 몇년전 모백화점의 경우 광주지점이 차지하는 매출이 전체의 4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지역이었다.

 소비자들의 전자제품 구매패턴을 보면 단연 TV·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이 앞서고 컴퓨터도 꾸준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노트북PC나 초대형 TV 등 신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이들 제품의 매출붐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 2∼3개월 정도 뒤에 찾아온다.

 또한 인근 농촌지역과 밀접돼 있다보니 농번기때는 매출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입학·졸업·결혼 시즌이 맞물린 2월부터 5월까지는 1년 매출의 30∼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지만 6월부터 추수철인 9월까지는 선풍기와 에어컨 등 계절용품을 제외하곤 거의 매기가 없을 정도다.

 호남지역 상권은 크게 도심권과 외곽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광주와 전남북 모두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광주의 경우는 광주천을 기준, 동서로 나뉘어 있다. 관공서와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충장로·금남로 등 동구지역에는 비싼 임대료와 고객 특성상 PC와 소규모 가전대리점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서구지역에는 도시팽창에 힘입어 유통업체들의 활발한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단위 아파트가 밀집된 신흥 도심인 상무·금호지구 주변에는 대규모 할인점과 양판점이 밀집돼 있다.

 이같은 전자유통점 외곽집중현상은 전남도청 이전에 따른 도심공동화와 맞물려 더욱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전남지역은 목포·여수·순천·광양 등 시단위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목포 하당은 신도청 소재지(무안군 삼향면)와 인접해 있는데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전체 상권의 80%가 이곳으로 옮길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수시에서는 문수동이 각 업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흥 주택단지로 종합상가보다는 양판점과 가전 및 PC대리점이 많이 들어서 점포가 바로 이웃해 있을 정도로 매출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전북은 백화점이 들어서 있지 않고 할인점도 그나마 소수에 불과해 양판점과 대리점 위주로 상권이 형성돼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흥 주택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중지구와 서신지구가 새로운 전자유통의 중심지다. 그러나 아직까지 팔도로와 백제로 등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 주변에 전자상가가 많이 들어서 있고 전북대와 시도청 인근에도 소형상가가 밀집해 있다.

 이와 함께 익산과 군산 등 중소도시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심화하고 있으며 나머지 군단위지역에는 각 업체별 대리점이, 그것도 가전제품 위주로 진출해 있다.

 호남지역 전자유통업체들의 영업전략은 불특정 다수보다는 단골고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남전자랜드·금호월드 등 집단상가는 비록 소매를 겸하고 있지만 학교나 기업을 찾아다니며 대량판매하는 도매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더욱이 철저한 다점포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전자양판점과 할인점·대리점들은 점포 인근 주민들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매출실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별이벤트와 사은품 증정 내용이 담긴 DM을 집중 발송하고 있다. 또 경쟁사의 가격과 행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곧바로 맞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상시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영업형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완벽한 운영과 마케팅을 구사하는 전문상가가 등장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집단상가·양판점·대리점의 전자시장 분할구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자유통 관계자는 “향후 5년 이상 집단상가와 양판점·대리점이 호남지역 전자유통의 시장에서 서로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사활을 건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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