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칼럼니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온 이무영 감독의 데뷔작.
관객들에겐 그의 영화 만들기가 외도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영화감독으로서의 그의 열정과 애정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가 데뷔작으로 선택한 ‘휴머니스트’는 또 한명의 새로운 영화광을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감독은 할리우드 B급 영화에 대한 애정과 약간은 치기어린 객기, 음악에 대한 지나친 해박함까지 곁들여 자신안에 감춰뒀던 발칙한 영화적 재능을 유감없이 소진해 버린다.
영화속에서 너무 많은 재능을 발휘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대중적인 지지도를 얻기엔 부족해도 개성있는 B급 영화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린시절 고관장성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해야만 했던 마태오에겐 친구가 없다. 그는 고아원 출신인 아메바와 유글레나를 돈과 아이스크림으로 매수하고 셋은 친구가 된다.
20년후 도피성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마태오와 두 친구는 만취해 음주운전을 하던 중 단속중인 경찰을 죽이는 사고를 일으킨다. 사고를 눈감아 주는 대신 2억원을 요구하는 또다른 경찰 배경위.
세 친구는 자신들의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태오의 아버지를 납치해 돈을 뜯어내기로 한다. 어린시절 머리를 다쳐 지적성장이 정지해 버린 유글레나와 개에게 물려 고자가 돼버린 화가 아메바, 돈을 물쓰듯 하면서 다리가 썩어가는 거지에게 수표를 건네주며 그의 철학을 경청하는 마태오 등 그들의 캐릭터는 다양하다.
그들의 캐릭터는 젊은 여자들과 놀아나며 아메바의 그림을 자신의 것인양 집에 들고 들어오는 마태오의 아버지나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질펀한 정사를 벌이는 마태오의 새엄마, 혹은 동료경찰의 죽음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배경위의 캐릭터를 통해 미워할 수만은 없는 타당성을 얻는다.
감독의 반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생되는 부패와 불신의 인간군상의 모습이다.
‘휴머니스트’의 통쾌함은 지나친 까발림의 표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까발림은 비위가 상할 정도로 불쾌하기도 하다. 카메라는 더러움과 끔찍함을 감추기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파헤친다.
대사와 상황설정은 다소 지나칠 정도로 관객의 비위를 시험한다. 장르영화에 대한 지리함을 경멸하는 감독의 의도는 알 수 있지만 새로움은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감독은 가장 인간적인 영화제명에 가장 비인간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제목부터 아이러니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도발적 행동이나 의도는 사실 관습적 상상력을 뛰어넘을 만큼 뒤통수를 치는 재미는 없다. 감독이 돼지우리에서 목을 매고 죽어있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관객이라는 심판대에 올려진 감독의 자기표현인양 자못 의미심장하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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