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사업을 시작한 PSI넷을 시작으로 노스포인트와 지역전화사업자 윈스타커뮤니케이션 등 미국의 10여개 통신 관련 업체가 올들어 무더기로 파산, 이들 회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물론 은행과 보험, 연기금 등 금융권에도 연쇄피해가 우려된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http://www.awj.com)이 보도했다.
PSI넷은 회사가치가 2년전만 해도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과 맞먹었다.
당시 이 회사는 회사홍보를 위해 미식축구의 대명사인 볼티모어구장에 20년간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는 대가로 1억5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낳기도 했었다. 그러나 약 3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PSI넷이 최근 미 법원에 파산을 신청, 볼티모어구단이 현재 다른 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미 파산법원에 채권보호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PSI넷의 최대 경쟁회사로 한때 시가총액이 60억달러를 상회했던 노스포인트도 최근 법원에 파산신청과 함께 청산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회사가치는 현재 수억달러대까지 폭락했다. 또다른 인터넷서비스회사인 코바드커뮤니케이션과 리듬넷커넥션 등도 최근 극심한 자금난에 몰려있다.
지역전화사업자들 중에는 윈스타커뮤니케이션이 최근 파산을 선언했으며 넥스텔커뮤니케이션(이동통신) 등도 모두 최근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까운 장래에 회사청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실경영은 신생업체들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AT&T도 최근 버라이존 등 4개지역 전화회사들과 경쟁에서 밀려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회사를 다시 4개로 분할하는 고육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 통신업계가 집단부실의 늪에 빠진 계기를 미국이 5년전 음성과 케이블·데이터통신의 사업영역을 없앤 잘못된 통신개방정책에서 찾고 있다. 이 정책은 한때 인터넷 투자붐과 맞물려 첨단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투자확대로 이어짐에 따라 결실을 맺는 듯 했으나, 최근 미국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들게 되면서 통신 관련 업체들이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미국에 설치된 광네트워크 중 사용중인 것은 3% 뿐이고, 나머지 97%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그동안 통신분야에서 벌어진 과잉투자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 통신정책의 실패는 현재 고스란히 관련업체들의 부채로 남아있다. 미국의 통신 관련 업체들이 앞으로 갚아야 할 누적부채는 총 65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6500억달러는 결국 이들 업체에 투자한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에서 떠안아야 하는 부실채권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 90년대 미국이 은행 등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할 때 부실채권규모(1500억달러)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엄청난 부실채권이 이들 금융권의 부실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재기를 꿈꾸는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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