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유기EL 발광소자

◆이창희(chlee7@inha.ac.kr)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유기EL(Electroluminescence)소자와 무기화합물 반도체를 쓰는 발광소자와의 차이점은 형광 또는 인광효율이 우수한 유기화합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분자 설계 및 합성을 통해 다양한 밴드갭을 갖는 물질을 쉽게 개발할 수 있고 제작온도가 낮기 때문에 유리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기판 등에도 제작할 수 있어서 응용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재료 측면에서 유기 저분자와 고분자를 이용하는 두 유기EL 분야 모두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 현재까지 천연색 정보표시소자에 필요한 적·녹·청색의 발광효율이 우수한 유기EL소자가 모두 개발되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최고 40 lm/W 정도의 발광효율을 내는 유기EL소자가 발표됐는데 이 효율은 무기 반도체 LED(Light Emitting Diode)의 최대 효율인 약 20 lm/W를 능가한다.

◇유기EL소자의 기본 구조=유기EL소자의 구조는 다음 <그림1>과 같이 투명전극인 양극(ITO)과 일함수가 낮은 금속(Ca, Li, Al:Li, Mg:Ag 등)을 사용한 음극 사이에 두께 100 ∼ 200㎚ 정도의 얇은 유기박막층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유기박막층은 단일 물질로 제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여러 유기물질의 다층 구조를 주로 사용한다. 또한 발광효율을 높이기 위해 발광층에 형광 색소 또는 인광 색소를 도핑한다.

유기EL소자를 다층 박막 구조로 제작하는 이유는 유기물질의 경우 정공과 전자의 이동도가 크게 차이가 나므로 정공전달층 (HTL)과 전자전달층 (ETL)을 사용하면 정공과 전자가 발광층(EML)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발광층에서 정공과 전자의 밀도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면 발광효율이 높아진다. 또한 음극에서 발광층으로 주입된 전자가 HTL·EML 계면에 존재하는 에너지 장벽에 의해 유기발광층에 갇히게 되어 재결합 효율이 향상된다. 그리고 ETL의 두께가 수십 나노미터(㎚) 정도가 되도록 하면 재결합 영역이 음극으로부터 여기자(exciton) 확산 길이(약 10∼20 ㎚ 정도) 이상으로 떨어지게 되어 여기자의 음극에 의한 소멸을 방지하여 발광효율이 개선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극과 HTL층 사이에 전도성 고분자 또는 Cu-PC 등과 같은 정공주입층(HIL)을 추가로 삽입하여 정공 주입의 에너지 장벽을 낮추는 방법을 쓰기도 하고 음극과 ETL층 사이에는 약 0.5∼1 ㎚ 정도의 LiF 등을 삽입하여 전자 주입을 향상, 발광효율을 증가시키고 구동 전압을 낮추게 한다.

 ◇전류-전압-발광 특성=유기EL소자는 무기 반도체를 사용한 pn-접합 발광소자와 같은 전하 주입형 발광소자이다. 큰 에너지 밴드갭 (Eg)을 갖는 유기반도체 박막을 사용하는 유기EL소자에서는 열 평형 상태로 소자 안에 존재하는 전하밀도는 아주 작고, 발광에 기여하는 전하는 대부분 외부 전극으로부터 주입된 것이다. 유기EL소자에 순방향의 전압을 가하면 양극인 ITO전극에서는 유기층의 HOMO(Highest Occupied Molecular Orbital)로 정공이 주입이 되고, 음극에서는 유기층의 LUMO(Lowest Unoccupied Molecular Orbital)로 전자가 주입된다. 주입된 전자-정공의 재결합에너지에 의해 발광층의 유기분자가 여기하여 여기자가 생성된다. 여기자는 여러가지 경로를 거쳐 바닥상태로 천이하는데, 이 과정에서 빛을 방출하는 경우를 전기발광이라고 한다.

 유기EL소자에 흐르는 전류밀도와 발광휘도는 선형적으로 비례하지만, 전류-전압 특성은 다이오드와 유사한 정류 특성을 나타내며 순방향으로 수 볼트(V) 정도인 문턱 전압 이상에서부터 전류가 급격히 흐르기 시작한다. 유기 EL소자는 문턱 전압 이하 또는 역방향 전압의 인가에 의해 소등된다. 또한 전류-발광 특성은 온도 의존도가 거의 없지만, 전류-전압 특성은 온도가 낮아지면 높은 전압 쪽으로 이동해 간다. 따라서 유기EL소자를 전압 구동하면 안정된 동작을 얻기가 어

렵기 때문에 유기EL소자의 구동에는 정전류 구동 방식을 주로 채택한다.

 전류 구동방식은 회로가 복잡해지지만 동작점이 넓고 안정된 동작을 얻을 수 있다. 유기EL소자의 전극·유기층 계면에는 에너지 장벽이 있으므로 전하 주입은 일반적으로 열방출(thermionic emission) 또는 터널링(fowler-nordheim tunneling)을 통해 일어난다. 파커(Parker)는 다양한 일함수를 갖는 전극과 고분자 박막의 두께를 변화시킨 유기EL소자의 전류-전압 특성을 분석하여 고분자·금속 계면에서 터널링에 의해 전하가 주입된다는 것을 보였다. 그러나 전극·유기층 계면의 에너지 장벽이 높지 않으면 유기 EL소자의 전류-전압 특성은 전하 주입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전하제한전류(space-charge-limited current)로 설명할 수 있다. 전극·유기층 계면의 에너지 장벽이 낮아서 ohmic contact의 특성을 보이면 낮은 전압에서는 열적으로 생성된 자유전하가 주입된 전하보다 크므로 전류는 옴(ohm)의 법칙에 따라 전압에 비례한다.

 그러나 전압이 증가하면 열적으로 생성된 자유전하보다 외부 전극에서 주입된 전하가 증가하여 유기EL소자는 공간전하제한전류의 전류-전압 특성을 나타낸다. 만약 전하 트랩(trap)이 없다면 유기EL소자의 전류-전압 특성은 Mott-Gurney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자(엑시톤) 형성과 발광효율=유기EL소자에서 전기 발광은 양쪽 전극으로부터 주입된 전자와 정공의 재결합에 의한 것이다. 스핀 S=1/2인 전자와 정공이 여기자를 형성할 때, 두 스핀이 역대칭으로 배열되는 S=0인 단일항 상태(singlet exciton)와 두 스핀이 대칭으로 배열되는 S=1인 삼중항 상태(triplet exciton)가 1대 3의 비율로 생성된다. 교환상호작용 에너지에 의해 단일항 상태보다 삼중항 상태의 에너지가 더 낮지만, 단일항 상태에서 삼중항 상태로 전이하는 것은 스핀이 바뀌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핀-궤도 결합(spin-orbit coupling)에 의해 단일항 여기자는 삼중항 상태로 전이(intersystem crossing)할 수 있다. 유기분자의 바닥상태는 스핀 단일항 상태이므로, 양자역학적 선택률에 의하면 삼중항 여기자가 단일항인 바닥상태로 빛을 내며 천이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단일항 여기자는 빛을 내며 바닥 상태로 천이하여 형광(fluorescence)을 낸다. 그런데 스핀-궤도 결합과 같은 섭동에 의해 삼중항 여기자도 빛을 내며 천이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인광(phosphorescence)이라 한다. 그런데 이 확률은 아주 낮으므로 일반적으로 인광효율은 낮고, 수명이 길다. 특히 상온에서는 비발광 천이 확률이 크기 때문에 인광을 내는 유기물질이 많지 않다.

 유기EL소자의 내부양자효율은 외부 전극으로부터 주입된 전하 수에 대해 소자

내부에서 발생한 광자 수의 비율로 주어진다. 따라서 내부양자효율은 전극으로부터 주입된 전자와 정공이 효과적으로 재결합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인자, 전자-정공 재결합에 의한 단일항 여기자의 생성효율, 단일항 여기자의 발광양자효율을 써서 나타낼 수 있다.

 다층구조의 유기EL소자에서는 전자와 정공을 균형있게 주입할 수 있으므로 γ 에 가까운 값을 얻을 수 있다. 단일항 여기자의 발광양자효율은 물질 자체의 특성과 소자의 구조, 각종 에너지 전달 과정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고효율 형광물질의 경우에 가깝게 된다. 따라서 유기EL소자의 내부양자 효율은 이론적으로 η 인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두 개의 삼중항 여기자의 충돌에 의해 단일항 여기자가 생기는 확률을 고려하면 내부양자효율은 이론적으로 약 0.40까지 증가한다. 그런데 희토류(Eu 등) 금속착체와 같이 배위자의 삼중항 여기상태를 경유하여 중심 금속이온이 여기되는 경우에는 배위자 여기상태가 삼중항 상태여도 그 여기 에너지는 발광에 기여한다. 또한 최근에는 삼중항 상태에서 강한 발광을 내는 인광색소를 도핑한 전기인광 소자가 개발되어 발광효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것을 고려하면 유기EL소자의 내부양자효율의 이론적인 한계는 100 %까지 올라 갈 수 있다.

 ◇색소 도핑=유기EL소자의 발광효율을 증가시키거나 발광 색을 조절하기 위해 발광층에 형광 또는 인광 색소를 도핑한다. 이 경우 주재료에서 생성된 여기자가 도핑된 색소로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자 에너지 전달 과정은 포스터 에너지 전달(Forster energy transfer)과 덱스터 에너지 전달(Dexter energy transfer) 과정이 있다. 포스터 에너지 전달은 유도 쌍극자-쌍극자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므로 단일항 여기자 → 단일항 여기자로의 에너지 전달만 가능하다. 이 경우 여기자 주게의 형광스펙트럼과 받게의 흡수스펙트럼이 겹칠수록 잘 일어나고, 약 100Å의 거리까지에서도 일어나는 장거리 에너지 전달 과정이다. 덱스터 에너지 전달은 분자간 전자의 교환에 의한 여기자의 확산이다. 따라서 인접한 분자 사이의 파동함수의 중첩에 의존하며 약 10Å 이하의 단거리에서 일어난다. 이 경우는 전체 스핀만 보존하면 되므로 단일항 여기자 → 단일항 여기자와 삼중항 여기자 → 삼중항 여기자로의 에너지 전달이 모두 가능하다.

 덱스터 에너지 전달의 경우 단거리에서 에너지 전달이 일어나므로 장거리에서 에너지 전달이 일어나는 포스터 에너지 전달보다 더 큰 도핑 농도에서 최대 발광효율을 낸다. 포스터 에너지 전달에 의한 발광효율은 형광색소의 농도가 약 1 %에서 최대가 되고, 덱스터 에너지 전달에 의한 발광효율은 약 6 % 정도의 도핑농도에서 최대가 된다. 도핑농도가 증가하면 에너지 전달은 잘 일어나지만 높은 농도에서는 발광효율이 감소하는 농도소광(concentration quenching) 현상이 일어난다. 농도소광이 일어나는 원인은 주로 도핑한 분자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이분자(dimer)의 형성에 의해 비발광 천이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분자 형성은 발광 스펙트럼을 장파장 쪽으로 이동시키기도 하고 EL소자의 수명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농도소광 효과가 작은 색소의 개발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청색 도판트는 분자량과 크기가 작아 도핑을 한 후 응집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분자량을 크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적색 도판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크게 퍼진 π-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농도소광 효과가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분자 설계에 좀 더 큰 어려움이 있다.

 유기발광층에 도핑하는 경우 에너지 전달뿐만 아니라 전하의 트래핑 (trapping)도 일어난다. 색소의 HOMO 및 LUMO 에너지 준위가 주재료의 에너지 갭 사이에 위치하면 전자 또는 정공의 트랩(trap)으로 작용하여 여기자 형성이 도핑된 색소에서 바로 일어나고, EL 스펙트럼은 색소의 PL 스펙트럼과 유사하게 된다.

 ◇유기 전기인광 소자=일반적으로 삼중항 여기자는 빛을 내고 단일항인 바닥 상태로 전이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유기EL소자에서는 75%의 여기자를 낭비하고 있으므로 삼중항 여기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발광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스핀-궤도 결합이 큰 인광성 색소를 도핑하는 것이다. 최근 프린스턴 대학의 포레스트 (Forrest) 교수팀은 스핀-궤도 결합이 큰 Ir이나 Pt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중심에 갖는 인광색소를 이용하여 삼중항 상태에서도 효과적으로 빛을 내도록 하여 녹색과 적색의 고효율 유기EL소자를 개발했다. 삼중항 여기자의 인광을 이용하는 유기EL소자는 높은 전류밀도에서 인광효율이 감소한다. 이것은 EL효율이 전류밀도에 거의 무관한 형광을 이용하는 소자에 비해 인광을 이용하는 소자의 큰 단점이다. 특히 높은 휘도(따라서 높은 전류밀도)가 필요한 수동 구동(passive-matrix) 유기EL 디스플레이에 응용할 경우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높은 전류밀도에서 인광이 포화되는 원인은 삼중항 상태의 수명이 길기 때문에 높은 전류밀도에서 모든 삼중항 여기자 상태가 점유되면 더 이상 여기자가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광색소의 농도를 증가시키면 포화되는 전류밀도를 높일 수 있으나 농도소광 현상이 일어나 약 6∼ 10% 이상을 도핑하면 인광이 오히려 감소한다. 또 다른 원인은 삼중항 여기자-삼중항 여기자

의 충돌에 의한 삼중항 여기자 소멸이 일어나서 높은 전류 밀도에서 인광효율을 감소시킨다.

 인광이 포화되는 전류밀도를 증가시키려면 인광수명이 짧은 인광색소를 도핑해야 한다. 삼중항 여기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유기전기인광소자는 유기EL소자의 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으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유기EL 디스플레이는 다른 평판 표시 소자보다 소자 성능의 물질에 대한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신물질 연구가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기 반도체의 기초 물성 및 유기EL소자의 작동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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