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스마트카드 환경이 동북아 물류중심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에 설치, 가동에 들어간 ‘EMV’ 신용카드 거래 실적이 최소 이틀에 한 건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조회(VAN) 전문업체인 한국정보통신(대표 류예동)이 지난달 25일 공항 내 상점·면세점 등에 설치한 17대 EMV 단말기에서 IC카드 신용거래 실적을 집계한 결과, 13일 현재 총 12건의 거래 실적이 기록됐다. EMV는 비자·마스타·유로페이 등 세계적인 신용카드 브랜드가 합의해 제정한 차세대 IC카드 기반의 신용·직불카드 기술 규격. 종전의 마그네틱카드가 지닌 취약한 보안성과 정보 저장용량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최근 세계 금융기관들이 확산·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게 사실이었다. EMV 카드는 지난 1년여간 비자·마스타와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도 시범운영해왔으나 일반인들이 실제 상점에서 상용 거래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특히 고무적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용자가 모두 국내에 다녀간 외국인들이었다는 점. 사용처도 모두 2만5000원짜리 공항이용권 구입 용도였다. 비자코리아 김인창 과장은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지는 지구촌 환경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 역시 표준을 주도하는 해외 선진국들이 견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거래 실적이 아직 미미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거래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이처럼 EMV 실거래가 국내에서도 처음 등장하자 비자·마스타 등 해외 신용카드 브랜드와 국내 카드사·한국정보통신 등 VAN 사업자들도 본격적인 상용화에 대비해 시스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카드와 단말기간 승인처리는 가능하지만 국제간 시스템 연동은 미비한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정보통신과 카드사 등은 EMV 거래에 한해 단말기에서 승인처리된 거래내역을 오프라인 방식으로 현지 발급기관과 일일이 정산하고 있는 실정. 비자는 이를 완벽하게 온라인 처리할 수 있도록 한국 내 EMV 처리환경을 연내에 구축할 계획이다. 비자코리아 정도영 이사는 “개인 지불수단은 수년 내 IC카드 환경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인천공항의 EMV 거래 실적은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사례”라고 그 잠재력에 주목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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