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5개사가 추진해온 조선 e마켓(가칭 조선닷컴) 설립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산업자원부의 B2B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선공업협회에서 e마켓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선e마켓 설립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산자부의 ‘조선산업전자거래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 한 관계자는 “협회가 나서 e마켓 설립을 주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10, 11일 양일간 개최할 ‘CALS 실무자회의’에서 협회와 각 사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협회와 시범사업 실무위원회의 이같은 구상은 자구책인 성격이 짙다. 현재 추진중인 시범사업은 지난해 수립된 ‘칼스 시범사업 정보전략계획(ISP)’에 따른 후속 작업으로 B2B를 지원하는 4가지 핵심 기반기술 설계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작업은 오는 6월 말로 완료된다. 다시 말해 기반기술 개발은 완료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데 정작 이 결과물이 적용될 e마켓이 없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2차 후속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정부나 관계사 모두 이에 대해 ‘패널티’를 물게 될 상황이다.
협회와 시범사업 추진주체의 이같은 구상은 그간 조선닷컴을 추진한 5개사와 추진주체가 동일하다는 면에서 보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현대중공업 진영과 다른 조선사가 각각 역할분담을 한 마당에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결국 현대중공업이 빠진 나머지 조선사간 공동 e마켓 구축으로 회귀된 것으로 바라본다. 이미 현격한 차이를 두고 앞서 있는 현대중공업이 e마켓에 나서 경쟁사를 이롭게 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 조선사 관계자는 “e마켓 설립 주체가 협회라는 중립적인 기관이 되고, 구축되는 e마켓을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업계 자율의 선택사항이 되기 때문에 e마켓이 오히려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e마켓 구축에 사용되는 기반기술은 정부지원의 시범사업 결과물인 만큼 시범사업의 당초 목적도 충분히 살리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4가지 핵심 기반기술은 도면인증시스템개발, 문서표준화, 부품 및 분류체계 표준화, 3차원 DB모델링 구축 등으로 각각의 영역에 대한 시스템 설계분석 추진주체와 위탁업무는 대우중공업·대우정보시스템, 한진중공업·EC뱅크, 현대중공업·현대정보기술, 삼성중공업·삼성SDS가 맡고 있다.
한편 산업자원부, 조선사 관계사 CIO 등 모든 관계자들이 조선닷컴 설립 무산에 대해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삼성중공업(http://www.s-gips.co.kr)이 오는 6월, 현대중공업(http://www.hhi.co.kr)이 오는 9월 자체 e프로큐어먼트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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