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DC·전자신문 제휴-IT마켓뷰]아태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

단순 데이터 처리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컴퓨터는 지난 20년 동안 발전을 거듭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왔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PC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모두들 PC를 대체할 다음 세대에 무엇이 등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은 PC 보급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인터넷의 대중화는 PC의 수요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즉 인터넷이 단순한 접속과 정보제공 차원에서 벗어나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매개체로 자리잡으면서 PC는 새로운 명제인 ‘휴대성’과 ‘용이성’의 측면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냈고 인터넷의 포괄적인 보급에 가속도를 부여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고자 하는 사용자 욕구의 증대로 인터넷에 저렴하고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는 인포메이션 어플라이언스(인터넷 정보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IT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 동향을 살펴본다.

 

 -전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은 2001년부터 5년간 연평균 70%의 고도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05년에는 시장규모가 48억7200만달러에 이르러 같은 기간 20% 성장이 예상되는 가정용 데스크톱 PC 시장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지역의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유통망,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볼 때 뒤처져 있는 인프라, 통합 서비스망 구축을 힘들게 하는 국가마다 상이한 통신환경, 통신규격의 호환문제, PC나 WAP 방식의 휴대폰과의 시장경쟁, 수요기반의 구축 등과 같은 선결과제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장 성장은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당분간 시장 성장은 인프라와 기본적인 수요기반이 구축되어 있는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등과 같은 국가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지역의 무한한 시장잠재력 때문이다. 국가별로 편차가 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IT시장이 이제 막 태동기를 벗어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시장이 포화 상태에 들어선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비해 높은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58.7%에 이르지만 전체 IT 및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6%, 3.6%에 불과하다. 현재 이 지역의 경제발전 추이로 본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IT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고, 포스트PC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인터넷 정보기기의 시장잠재력은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

 2000년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중국의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은 2001년에 들어서면서 시장여건이 성숙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시장은 18만7000대에 6060만달러 규모로 중국 IT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5년간 iTV와 인터넷 게임기를 중심으로 연평균 88% 성장해 2005년에는 13억897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통신 인프라에 향후 5년간 747억달러를 투자하는 동시에 인터넷 보급 확산을 위해 통신요금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 기반의 구축은 연평균 8% 경제성장의 지속과 이로 인한 소득의 증가추세와 맞물려 IT 수요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은 낮은 중국의 PC 보급률(2000년 기준 0.4%, 2004년에도 2% 미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과 취약한 인터넷 기반으로 PC가 이 부문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도 고소득층을 수요기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시장에서 인터넷 정보기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PC와의 시장선점 경쟁 이외에도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이 선결과제인 셈이다. 올 들어 베이징서 초고속 양방향TV 시범 서비스가 시행되고 ,TCL그룹이 ‘e라이프스타일’이라는 기치 하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계속해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중국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중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고가 장비라는 관계로 한정된 수요기반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터넷 정보기기가 중국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결국, 중국의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은 소득수준의 향상과 인프라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현실화 이 세가지의 요소가 일치점을 찾는 2005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여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과는 다르게 한국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은 실질적으로는 1990년 중반 한국 대기업에서 팜톱 PC, 인터넷 TV,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시작되었으나 인프라의 부재, 낮은 인지도와 수요, 제품의 성능 문제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형성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PC 산업으로 시장에서 관심권 밖이었던 인터넷 정보기기는 1999년 제이텔이 출시한 PDA가 시장에서 정착을 하면서 발전하기 시작, 2000년에는 1억180만달러의 시장규모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2001년 이후에도 iTV, STB의 강세에 힘입어 연평균 53% 성장해 2005년에는 13억8520만달러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2005년 전체 PC 시장의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가정용 데스크톱의 시장규모를 넘어서는 것이다. 2000년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이 전체 PC 시장의 2% 수준에 그쳤던 점과 PC의 보급률이 2003년 말을 기준으로 40%가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신장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성장의 배경에는 높은 인터넷 보급률, 잘 구축된 통신 인프라, 높은 무선통신기기의 보급률, 게임 소프트웨어 사업의 급속 성장, 신기술에 대한 빠른 적응력 등에 의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들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와 기능대비 가격의 문제, 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와 인터넷 콘텐츠 등이 인터넷 정보기기의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은 자생력을 갖추는 단계에 이르러 있고 향후 시장성장은 가격과 제품력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의 판매구도는 다음의 네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 그룹은 iTV, 스마트폰 그리고 통신, 혼합 기기와 같은 차세대 제품에 관심을 쏟고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 두번째는 STB, 주식거래와 같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 기기에 집중하고 있는 중소 벤처들이다. 세번째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외국 업체들이다. 마지막 그룹은 회색시장(그레이 마켓)으로 주로 인터넷 게임기와 같은 소형 기기를 다루는 업체들이다.

 

 기타 아시아 국가

 기타 국가의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은 크게 다음의 두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호주·홍콩·싱가포르·대만과 같은 선진 시장과 필리핀·태국·인도 등의 후진 시장이다. 전자는 iTV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호주·홍콩·싱가포르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소득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인터넷정보기기가 시장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과 비중 측면에서는 높다고 볼 수 없다. 2000년 아시아태평양 전체 시장에서 호주·싱가포르·홍콩의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규모는 9890만달러로 전체 시장의 35.9%에 달했지만 향후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48%에 그쳐 2005년에는 9억150만달러로 비중이 18.5%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가 시장여건이 성숙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일단 인구수가 적어서 수요의 절대량이 적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호주의 경우에는 정부 지원정책의 부재, 서비스 사업자들의 무성의한 시장대응과 경험부족에서 오는 비즈니스모델의 부재 등이 인터넷 정보기기 시장성장의 한계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스마트폰과 iTV의 높은 시장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초고속통신망의 활성화 부재나 인터넷 콘텐츠 등의 미비로 전체 인터넷 정보기기의 시장전망이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에 대해 필리핀·태국·인도 등은 인프라나 소득 수준 등의 제반여건이 아직은 인터넷 정보기기의 시장진입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단계에 있어 가까운 장래에 대중화는 어렵지만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2000년 1420만달러에서 연평균 155% 성장해 2005년에는 11억9570만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이나 한국에는 못미치지만 기존의 선진 시장인 호주·홍콩·싱가포르보다는 앞서는 규모로, 이들 국가의 시장 잠재력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국가들의 시장형성 과정에서 특이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iTV 외에도 전자우편이나 웹 단말기의 시장규모나 성장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각국의 정부가 경제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통신 인프라 구축과 시장육성에 중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시장 잠재력의 현실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현녕 선임연구원 / ㈜한국IDC eoh@idc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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