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 ‘NAB2001’이 최근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회는 2∼3년 전부터 이미 거론돼 온 ‘디지털’이라는 화두가 구체적인 실현단계에 다다랐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술표준 완성을 포함해 추상적인 필요성만을 제시하는 데 그쳤던 ‘디지털TV’가 올해는 양방향TV의 등장을 필두로 일반 사용자들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방송과 인터넷의 결합이라는 ‘e브로드캐스팅’이 본격적인 관심사로 급부상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눈부신 기술성장보다 더욱 인상깊었던 것은 이에 대응하는 참여업체들의 준비상황이었다.
소니·파나소닉·필립스 등 세계 유수의 방송장비업체들은 여전히 대형 부스에 고선명TV(HDTV)를 눈에 띄게 전시했지만 더이상 HDTV 자체가 무엇인지를 일일이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디지털TV를 통해 어떠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를 설명하느라 열을 올렸다.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소니 부스에는 디지털과 e브로드캐스팅에 관련된 3개의 세션이 쉴새없이 열렸으며 이에 대한 참관객들의 반응도 진지하고 뜨거웠다.
비록 현 단계에서의 기술수준은 HDTV의 효과적인 구현에 머물러 있다 해도 세계적인 조류를 발빠르게 따라가려는 이들의 노력은 다소 과장되기는 했어도 한편으로 본받을 만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국내 업체들의 태도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알티캐스트·다림비전 등 소수 업체만이 그나마 적극적으로 외국 업체들과 접촉을 벌였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참가하는 데 의의를 찾는 느낌이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국내 디지털TV 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한 디지털TV 업체 관계자는 “NAB는 전통적으로 전문 방송장비 전시회이기 때문에 특별히 부스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자위했다.
물론 NAB가 소비자 제품보다는 송출장비 등에 초점을 맞추고는 있지만 외국 업체들의 뛰어난 전시기획력과 포장솜씨를 부러워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여운을 안긴 전시회였다.
<문화산업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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