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ome]안방에서 부엌까지 원터치로 집안살림

◆미래 가정주부 김아양씨의 하루

 거실과 부엌 및 안방 등 가정 곳곳의 모든 가전제품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밖에서도 완벽한 제어가 가능한 e홈시대가 조만간 펼쳐질 전망이다. 디지털정보가전과 초고속인터넷의 등장으로 이제 미래의 가정은 더 이상 정보의 사각지대가 아니라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정내에서도 가장 정보화에서 먼 곳으로 여겨져온 부엌이 이제는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인터넷 냉장고·인터넷 전자레인지·인터넷 세탁기 등이 주부의 정보 이용능력을 한 차원 높여주기 때문이다. 편집자

 

 논현동에 사는 7년차 주부 김아양씨(34)의 하루는 남편 출근 준비로부터 시작된다.

 남편을 출근시킨 아양씨는 이제부터 집안 일을 하나씩 시작해야 하는데 몸이 영 찌뿌드드하다. 아침은 간단히 먹어 설거지 거리가 별로 없지만 어제 저녁 설거지가 남아 있다. 식기 세척기를 돌리는 걸 깜빡했던 탓. 아양씨는 일어나기도 귀찮은 참에 안방에 있는 단말기와 무선 리모컨을 이용해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킨다. 하는 김에 세탁기도 돌리지 뭐. 세탁기 메뉴를 보니 세제가 좀 부족하단다. 세제를 조금 더 넣고 난 후 보니 철이녀석이 벗어던진 흙범벅 청바지가 떠오른다. 세게 빨기를 선택해야겠군….

 이제 TV를 켜고 아침 드라마를 본다. 미나가 잠이 깼나 안깼나. 돌이 지났어도 밤잠이 없어 늘 아빠 출근할 때 인사도 못한다. TV리모컨을 이용해 CCTV 모니터링 화면을 열어본다. 쌕쌕 잘 자고 있네. 지난번에 새로 장만한 디지털캠코더로 우리 예쁜 미나 자는 모습이나 찍어 놓자. 아양씨는 디지털캠코더를 들고 살금살금 미나가 자고 있는 작은 방으로 갔다.

 어느덧 나른한 오후. 옆집 영은씨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에 나온 아양씨. 철이가 학교에서 오려면 아직 3시간이나 남았다. 디지털캠코더를 꺼내 든 김에 미나와 영은씨네 훈이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영은씨는 “디지털캠코더는 뭐 달라? 나한테 테이프 복사해서 줄거지?”한다. “테이프라고? 호호, 테이프 필요없는 거 모르나. 그냥 동영상 파일로 줄게. 요즘은 압축기술이 발달해서 아주 적은 용량으로도 30분 분량은 거뜬하다구.”

 오후의 나른함에 젖어 마냥 즐거운 아양씨.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디지털캠코더에 담으며 이건 디지털CD로 만들어야지 하고 결심한다. 시부모님과 미국에 있는 고모네에 보내주면 아주 좋아할 거야.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아양씨와 영은씨. “근데 아양씨, 자기 아까 가스레인지에 뭐 올려 놓고 오지 않았었나?” “어∼ 정말, 그랬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 아양씨. 홈무선단말기를 꺼내 화면을 체크한다. 정말 가스레인지에 김치찌개를 올려놓고 왔었네. 불을 꺼야지. 버튼을 누르자 가스레인지 점화스위치가 꺼지고 안전장치가 작동된다. 얼마나 냄새가 나겠어. 아양씨는 환풍기가 자동 작동되도록 메뉴 버튼을 누른다. 정말 편리한 시스템이야.  

 어느덧 오후도 저물고 놀이터 너머에서 철이가 공을 차며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오늘도 바지가 엉망이군. 영은씨랑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며 철이와 미나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온 아양씨.

 들어오기가 무섭게 ‘띵동’하고 울리는 벨소리. 어제 저녁 인터넷으로 주문한 찬거리가 배달됐나 보다. 철이방 모니터로 보니 택배업체 모자를 쓴 아저씨가 서 있다.

 물건을 받아 들고 부엌 냉장고 앞에 선 아양씨. 요즘은 퓨전 요리가 유행이라는데 한번 찾아볼까. 아양씨는 냉장고 LCD화면을 통해 인터넷 요리사이트로 들어가 오늘의 추천요리를 검색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퓨전요리가 많다. 고기랑 야채도 충분하니까 한번 피자치즈와 김치전을 복합한 김치피자를 만들어 볼까. 요리사이트에 나온 대로 재료를 넣고 가스오븐레인지의 시간을 지정한다.

 이제는 남편이 오기 전에 오늘 빌려 보기로 한 DVD주문을 해야할 시간. 오늘은 웬일로 일찍 들어온다니 영화를 여유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애들도 같이 볼 수 있는 가족영화를 빌리라고 했지. 요즘 볼 만한 가족영화가 뭐가 있지.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후 프로젝션 TV에 연결하면 정말 극장에서 보는 것같은 느낌이다. 지난달에 구입한 돌비 디지털 스테레오 스피커를 뒤쪽에 설치했더니 헬기가 돌진해오면 몸을 수그리게 될 정도로 실감난다.

 7시, 저녁준비도 극장상영준비도 완벽히 끝낸 김아양씨는 아이들과 함께 화면앞에 앉아서 남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자기야, 어디쯤 왔어? 거의 다 왔다구? 그럼 요앞 슈퍼에서 콜라 한 병만 사올래. 피자에는 콜라가 짱이거든.”

 인터넷과 가전제품과 원격제어 기술이 만나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미래의 가정. 이미 어느 정도는 실현되고 있는 e홈의 모습은 앞으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며 편안한 공간으로 우리앞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바랄 게 있다면 e홈이 더 이상 주부를 정보화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고 가장을 집에서 잠만 자는 하숙생으로 만들지 않으며 아이들이 부모를 구식세대로 취급하지 않는 참다운 가정의 모습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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