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FT LCD업계 구조조정 현황

 올들어 생산포기, 공장매각, 합병 등이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세계 TFT LCD 업계는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업계는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훨씬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끝을 모를 정도로 혼미하게 전개되자 내심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H사이니, C사니 하는 ‘사업포기 업체 리스트’까지 나돌아 뒤숭숭하다.

 대부분 업체들이 이같은 구조조정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불안해하는 가운데 일부 상위 업체들은 자연스러운 업계 재편으로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 현황=올들어 생산중단, 합병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업체만 해도 10여개사에 이른다. 태풍에서 비껴나 있는 업체는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를 비롯해 히타치, 산요 등 고작 4∼5개 업체뿐이다.

 초기에는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업체들이 시작했으나 최근 NEC, 일본IBM 등 상위업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한국과 대만 업체에 밀리는 일본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특히 NEC의 모니터용 LCD사업 포기는 일본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라인전환 또는 매각·통합 등 크게 두가지다.

 일본IBM, ADI, 현대전자가 매각작업을 추진중이나 아직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워낙 침체돼 이들 업체를 인수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라인을 재편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샤프, NEC 등은 기존 라인을 중소형 LCD 등 당장 시장이 있는 분야나 아예 다른 디스플레이분야로 전환하고 있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서로 힘을 합치려는 업체도 있다.

 대만의 ADT와 유니팩은 합병을 통해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 정리와 아울러 역량을 집중해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일본IBM이라는 합작사를 잃게 된 도시바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는 마쓰시타는 투자부담을 덜기 위해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향후 전망=일단 불붙은 구조조정 바람은 업계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진출 업체가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일부 업체의 매각작업은 곧 업체간 통합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인수능력이 없어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일부 업체는 도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으나 채산성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업체들도 사업을 중단 또는 축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신규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대만의 한스타·CPT, 일본의 미쓰비시·후지쯔,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를 그 대상업체로 꼽고 있다.

 인수합병이든 자연도태든 현재 20개에 육박한 업체수는 올 하반기중 10개사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업체간 시장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업체들은 대화면 제품의 생산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중소형 제품 생산에 집중함으로써 시장 쟁탈전도 가열될 전망이다. 또 대만 업체들은 올해부터 15인치를 시작으로 17인치, 18인치 모니터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어서 이 분야를 선점한 한국 업체와의 시장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 가격하락세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을 축소·중단하는 업체들이 증가해 전체적인 공급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는 애초 올해 대화면 제품의 공급과잉률이 17∼1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10%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업계 재편이 중하위권 업체들을 생존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으나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히타치 등은 다소 느긋하다. 공급업체가 줄어들 경우 수급균형을 이뤄 가격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수요처에 빼앗긴 가격결정력을 되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 침체가 일러도 올해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삼성과 LG필립스는 모니터용 LCD 등 대만 업체의 공세에 대응해 자사의 같은 유리기판 규격의 생산라인을 보유한 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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