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종 산업연구원 디지털경제실장 jang@kiet.re.kr
미국 공화당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하는 양상을 띠면서 남북 관계가 소원해지고 남북협력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6월 남북정상간 만남으로 고양됐던 남북협력의 기대가 갑자기 난기류를 만난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말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과 ‘통일IT포럼’ 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해 일단의 협력사업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북협력의 공간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다른 분야는 냉각돼도 IT 협력은 잘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도 있겠지만 IT 협력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먼저 IT 협력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지난 2월 하나비즈를 비롯한 남북 IT 교류협력단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한 IT 합작회사의 설립 등 8개항에 대해 북한 측과 합의했다. 3월에는 2월에 합의한 초고속망 시범사업과 사이버 면회소 시범사업을 기가링크와 우암닷컴이 평양정보쎈터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구체화했다. 5월 중에는 중국 단둥에 합작회사 ‘하나프로그램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그밖에 남한의 통일IT포럼과 북한의 평양정보쎈터가 공동으로 IT 관련 전문서적의 북한 제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종합해 보면 남북 IT 협력은 기업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 벤처기업들이 북한을 찾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공동사업에 합의하거나 곧 착수함으로써 일단 협력을 위한 교두보는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중심의 사업 전개는 이윤이 전제되지 않으면 계속 될 수 없다는 면에서 과연 이 협력 방식이 안정적인 협력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IT 협력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자. 북한의 경우 IT 분야의 육성을 경제 발전의 화두로 삼고 있어 우리 기업들과의 협력에 상당히 우호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합작기업 설립 혹은 협력기관 지정 방식에서는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사업의 성공이 쉽지 않다. 우리 측과 관련해서는 바세나르협정에 따라 상당수의 IT 관련 기기와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기업들의 현지 활동에 엄청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 막 싹이 돋기 시작한 남북 IT 협력이 외풍에 흔들림 없이 앞에 놓인 난관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요청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먼저 바세나르협정과 북한의 개방 수준 등 외생적으로 주어진 조건 하에서 대북협력이 성공할 수 있는 유망 협력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민간단체·대학·연구기관·정부 등 다양한 기관들을 모두 활용하는 종합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관별로 특성에 맞게 협력 내용을 구체화하고 기관간의 연계 방안을 명확히 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청사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외생 조건의 변화와 협력성과의 축적을 감안한 단계별 협력 확대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단계에서는 민간 주도의 협력 활성화에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 차원의 협력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보험 혹은 매칭펀드 방식의 투자지원이 요구된다. 또 최근 대북 IT 협력 창구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는 통일IT포럼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개별기관들의 대북 접촉이 쉽지 않으므로 통일IT포럼을 통해 대학·연구기관·기업 등 각 기관들의 대북 IT 협력 활성화가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상설기관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봄 직하다.
IT 분야는 남북협력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난기류를 맞고 있는 남북협력에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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