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낙경의 벤처만들기>(2)벤처일병 구하기

 국내 벤처기업수가 1만개를 넘어섰다는 발표가 있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수출실적도 돋보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기업의 수출액은 45억6000만달러로 99년보다 42% 성장했다.

 최근 벤처업계가 겪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벤처기업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의 한 축으로서 임무를 다하고 있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다.

 현재 벤처기업으로 지정받는 길은 ‘평가기관의 우수판정형’ ‘특허신기술형’ ‘벤처캐피털투자형’ ‘연구개발집약형’ 등 4가지 유형. 첫째와 둘째의 경우 전체 벤처기업 지정의 70%를 상회하고 있어 벤처기업 지정제도의 효용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벤처거품론이 본격 제기되면서 벤처기업 지정제도, 특히 평가기관을 통한 벤처인증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바람직한 일이다.

 한 예로 필자가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C사는 3차원 애니메이션기술을 갖고 지난해말 모 평가기관에 벤처인증 신청을 했지만 최종단계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기술진의 경력이 다소 부족하고 핵심사업분야의 매출이 없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지정에 뒤이어 정책자금 배정, 병역특례지정 등 갖가지 후속지원을 기대하고 있던 C사와 필자는 다시 6개월을 벤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했다.

 앞으로 핵심사업분야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내지 못하는 신생기업들이 과거처럼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 정책 지원과 혜택을 받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 하나를 찾아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일은 우리의 척박한 현실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책임을 때로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말을 앞세워 회피하고 있지 않은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영화 ‘라이언일병구하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적진에 빠진 한 명의 사병을 구하기 위해 다른 군인 8명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라는 극한적 상황을 현실에 대비시키기가 무리겠지만 그들이 구하고자 한 것은 라이언 일병의 목숨으로 상징되는 ‘앞날에 대한 희망’이었던 것 같다.

 요즘의 신생기업들을 보면 과거에 비해 사업계획도 야무지고 각오가 예사롭지 않지만 어딘지 어설픈 군장 차림새에, 계속되는 훈련에 지친 신병의 고달픈 모습이 떠올라 안타깝다. 계급도 없는 훈련병 시절을 거쳐 비로소 ‘벤처’라는 계급을 단 우리의 씩씩한 ‘벤처 이등병’들이 그야말로 ‘벤처장군’이 되어 한국의 벤처산업을 꽃피울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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