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IT업체들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1·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향후 실적호전에 대한 파란불이 켜졌다.
증시전문가들은 IT업계가 1·4분기 바닥을 찍고 2·4분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첨단기술주의 상징인 미국의 나스닥시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킨 인텔의 1·4분기 실적발표 후 한달 여만에 2000선을 회복하는 등 IT주들의 가파른 주가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IT 바닥권 탈출 인식이 확산되며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수 60대에서 공방을 벌이던 코스닥시장이 단숨에 70선을 회복하는 등 양대 증시가 IT주의 상승으로 횡보세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IT업체의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됨에 따라 2·4분기 이후 IT 랠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그동안 경기둔화 등 대내외 악재로 발목이 잡혀 있었다”며 “실질적으로 장을 리드하는 IT주들이 실적호전을 모멘텀으로 상승할 경우 랠리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반도체업체들은 1·4분기 바닥을 확인한 D램 가격의 추가급락 우려가 해소됨에 따라 2·4분기부터 실적개선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말 반등의 기대가 무너진 후 고정비라도 회수하려는 일부업체의 투매로 1·4분기까지 급락세를 보였으나 최근들어 현대전자의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고 D램 제조업체들의 판매물량 조정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D램 업체들이 3·4분기까지 가동률 하락과 재고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 9∼10월경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시원 한빛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3·4분기 이후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6∼9월에 반도체주의 선취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품=부품업계는 완제품 제조업체들이 1·4분기 가동률을 떨어뜨리면서 재고부담을 크게 줄인데다 휴대폰 등 해외업체에 대한 아웃소싱 확대에 따른 신규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및 다층칩콘덴서(MLCC) 업체들의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들 업체는 지난 1, 2월 불황에 허덕이다 최근들어 수주가 증가하며 가동률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주수요처인 PC 등 세트수요가 회복될 때까지는 단가인하 압력 등 어려움도 예상된다.
◇통신서비스=반도체와 함께 국내 증시의 양대 산맥인 통신서비스주도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주로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한국통신프리텔이 지난해에 이어 올 1·4분기 큰 폭의 실적개선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SK텔레콤 등 여타 통신서비스업체들도 실적에 있어 증시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국내 통신서비스주의 최대 악재로 작용했던 유럽시장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의 과도한 비용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통신서비스주의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집행위원회가 유럽통신사업자들의 과다한 비용부담을 해소해주기 위해 IMT2000 관련비용의 분납 혹은 장기저리자금의 대출 등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국내 통신서비스주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수익모델 부재로 시달리는 인터넷업종과 가격하락 및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디스플레이업종은 올해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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