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7>
반장이 된 후 규칙에 따라 나는 각 분단장을 비롯한 각 부서장을 추천해서 담임 선생에게 올렸다. 부서장이란 청소, 규율, 미화, 친목등 부속 기능의 책임자들이었다. 나하고 반장 선거를 놓고 경쟁을 했던 김송자를 분단장 겸 규율부장으로 추천했다. 규율부장은 학급 규율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부서인데, 사회로 말하면 내무장관이나 경찰청장 격이다. 부서 중에서 가장 힘이 있는 매력적인 곳인데, 내 나름대로는 정적을 배려해서 취해진 일이었다. 담임 선생도 그 점을 높이 사면서 추천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김송자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직책을 사양하는 것이었다. 자신은 반장 감이지 분단장이나 규율부장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어린이치고는 유난히 승부욕이 강했던 김송자는 훗날 사업을 하는 여성 사업가가 되었다. 지방에서 토목사업을 하는 건설업자와 결혼을 했는데, 아내의 종용인지 훗날 지방 자치제가 되면서 시장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그러더니 다음 번에는 도의원으로 나섰다. 그리고 또 떨어졌다. 남편이 두 번씩이나 고배를 마시자 이번에는 김송자 자신이 시의원으로 출마했다. 그리고 당선되었던 것이다.
내가 사업가로 있던 수년 전에 초등학교 동창회라고 해서 나가 본 일이 있는데 그녀가 동창회 회장으로 있었다. 나를 보더니 옛날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 선거를 회상하면서 말했다.
“그때 어렸지만 나는 네가 정치를 하면 참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너는 사람을 흡입하는 덕목이 있었던 거야. 당시 나는 술수에 능했고. 정치가는 본질적으로 술수보다 덕목이 앞서야 하기 때문이지.”
초등학교 5학년 반장 선거에 나가는 자가 어떻게 술수를 알고 덕목을 논할 수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당시만 하여도 정치를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나는 지금도 당시 반장 선거 때 김송자가 패배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그녀는 나보다 한 표가 더 많은 상태에서, 12명을 가지고 있는 송하용을 영입했고, 그것도 모자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구를 차로 실어와서 투표를 하게 하였다. 그런데 겨우 3표가 불어났을 뿐이다. 그녀가 쓴 술수가 친구들에게 반감을 산 것일까. 그리고 양보할 생각으로 중용을 지키는 발언을 한 나의 정견 발표에 아이들이 감동을 한 것일까.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불가사의한 선거였던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는 항상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운을 기다린다는 말이 맞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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