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지난 3월 말을 기점으로 500만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9년 말 27만 가입자에 비해 무려 17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러한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으로 한국 인터넷 시장은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점검 및 수정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제 초점은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에 대응해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가지고 인터넷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IDC는 지금의 전환기에 들어선 인터넷을 브로드밴드인터넷(broadband internet)으로 정의하고 브로드밴드의 대중화로 인해 인터넷 시장에서 야기될 주요 변화로 다음 세가지를 예상하고 있다.
첫째, PC방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가정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부흥을 이끌어온 PC방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점차 그 영역을 가정에 넘겨주게 될 것이다. 최근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과 영상채팅이 전체 PC방 이용 목적의 8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두 서비스가 PC방의 킬러애플리케이션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인터넷에 장시간 연결돼 있어야 하며 대용량의 트래픽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전화 모뎀을 통한 협대역 인터넷에서는 종량제에 따른 비용부담과 대역폭의 한계로 가정에서 PC방의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초고속 인터넷의 가정 보급률이 30%를 넘어서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고 있다. 온라인 게임과 영상채팅 등과 같은 PC방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이 가정 이용자의 환경적 특성에 맞도록 변환되면서 PC방 중심의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점차 가정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PC방의 영상채팅은 가정 가입자를 위한 영상통신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몇몇 선도적인 인터넷 업체들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전개되고 있다. 영상통신의 기반이 되는 IP전화 서비스는 초고속 인터넷의 가정 보급률 확대로 인해 개인 가입자 및 소기업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전세계 IP 전화시장 매출은 3억3000만달러였으며 2001년에는 275% 성장한 9억800만달러, 2005년에는 510억달러로 연 평균 176%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표1 참조
이는 기존 IP전화 서비스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품질 문제가 브로드밴드의 확산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의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를 주대상으로 하는 주문형 게임, SW, 비디오 등과 같은 주문(on demand)형 비즈니스 모델들이 정착돼 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주문형 게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엔론브로드밴드서비스(enron broadband service)와 on demand 솔루션 업체인 인토네트웍스(Into Networks)사가 제휴해 브로드밴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주문형 게임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미디어원(MediaOne)의 로드러너서비스(roadrunner service)도 플레이나우닷컴(Playnow.com)을 통해 케이블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IDC에서 실시한 미국의 온라인게임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 미국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는 2억800만달러였으며 이 중 가입비 매출은 48.8%인 1억70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까지는 연평균 69.8%가 성장, 온라인게임 시장은 17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며 가입비 매출도 점차 확대돼 전체의 64.7%를 차지하는 15억1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표2 참조
가입비 기반의 매출이 크게 증대하는 데는 초고속 인터넷의 가정 보급률 증가와 온라인게임 플랫폼이 전통적인 PC를 넘어서 차세대 비디오게임기, TV, PDA 등으로 확대되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시장 및 초고속 접속과 연결된 가정의 환경적 특성에 맞는 주문형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VoIP 기반의 영상 통신이 점차 가정 시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포스트PC의 점진적 대중화와 포털들의 플랫폼 확장 전략으로 산재(ubiquitous) 인터넷과 상거래가 점차 일반화할 것이다.
2000년에 조사됐던 IDC의 전세계 포스트PC 시장 분석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00년 47억6000만달러에서 2001년 84억6000만달러로 성장하고 2004년에는 178억4000만달러에 이르러 연평균 39.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비디오게임기를 포함한 인터넷 게임 기기가 2004년 전체 포스트 PC의 31.5%를, 인터넷에 연결된 넷TV가 29.9%, 휴대형 단말기인 스마트폰이 24.7% 그리고 특정 기능만을 수행하는 e메일 및 웹 터미널, 스크린폰 등이 13.2%를 차지해 PC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접속이 점차 다양한 인터넷 정보 단말기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표3 참조
특히 비디오게임기와 인터넷 TV가 2004년 포스트PC 시장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앞서도 언급됐듯이 브로드밴드의 대중화에 따른 홈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성장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소니의 PS2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는 게임기능뿐 아니라 PC를 능가하는 컴퓨팅 파워에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인터넷 접속 기능과 DVD 재생 기능까지 함께 구비하고 있어 새로운 가정용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추로 등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포스트 PC의 점진적 대중화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무선을 통합하는 초고속망과 다양한 정보단말을 이용하는 인터넷 사용자의 다변화에 대비, 글로벌 인터넷 포털들은 ‘anywhere’ 또는 ‘everywhere’ 전략을 통해 그들의 플랫폼을 현재 다변화시키고 있다. AOL은 PC통신 이용자가 자사의 모바일이나 케이블TV 서비스 등을 이용할 경우 할인정책을 제공해 기존 고객의 이탈방지와 신규고객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기존에 익숙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편리하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anywhere’ 서비스의 이용자가 돼 가고 있다. AOL은 전통적인 협대역 통신서비스를 넘어서 무선 서비스인 ‘AOL mobile’, 브로드밴드 서비스인 ‘AOL plus’ 그리고 넷TV인 ‘AOL TV’를 통한 플랫폼 확장으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SN’과 ‘Web TV’ 등을 통해 그리고 Excite의 경우는 ‘Excite2000’과 ‘Excite@Home’ 등을 통해 그들의 서비스 플랫폼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표4 참조
이처럼 미국의 글로벌 포털들은 브로드밴드라는 물결을 서핑하면서 산재 인터넷을 위한 플랫폼을 천천히 준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 가정 가입자가 2001년 전체가구의 8%, 2003년까지 20% 정도로 예상되는 완만한 성장률로 기존 인터넷 기업들이 브로드밴드 환경에 대비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비교적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미국과 많이 다르다. 지난 1년간 1750%에 달하는 초고속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은 PC통신 업체들을 포함한 인터넷 포털들이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아울러 디지털 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플랫폼 확장 전략, 즉 `anywhere` 전략 실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기존의 웹을 기반으로 한 수익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대형 포털과 몇몇 PC 통신사들은 모바일과 인터넷TV, 디지털위성방송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해 플랫폼을 확장함으로써 플랫폼간 시너지를 높이고 동시에 안정적인 신규 수익원을 찾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포털업체들의 플랫폼 다변화에 대한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인스턴트메신저(IM) 서비스의 확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IM은 P2P와 결합되면서 e메일과 더불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발전되고 있다. 향후에는 모바일 에이전트 기술과 결합되어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상거래를 아우르는 차세대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진일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드밴드의 대중화는 사용자 측면에서는 포스트PC의 대중화, 서비스 제공자 측면에서는 플랫폼의 다변화 및 P2P와 결합한 IM의 상거래적 확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재 인터넷과 상거래가 점차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풍부한 경험적 요소의 제공으로 전자상거래가 보다 활성화할 것이다.
작년 한해 한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총 37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B2C가 약 31%, B2B가 69%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침체와 닷컴기업들의 주가폭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2005년까지 연평균 108%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B2B의 압도적인 거래 규모에도 불구하고 2002년까지는 B2C의 성장률이 B2B의 성장률을 다소 상회해 2002년에는 B2C가 전체 전자상거래의 33%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표5 참조
이러한 B2C 시장의 상대적 성장률 증가는 현재 B2B 시장의 법제적·사회적 인프라 미비로 인한 B2B의 상대적 성장률 둔화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초고속 인터넷의 가정 가입자 급증이 B2C 전자상거래 규모 확대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가정보급률 증가는 가정에서 대용량 콘텐츠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협대역 B2C에서는 제한적이었던 풍부한 상품 정보와 경험적 요소들을 소비자에게 무리없이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전자상거래를 상품에 대한 경험을 중시하는 오프라인의 전통적 상거래와 유사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러한 초고속 인터넷은 오프라인 상거래를 점차 온라인 상거래로 이전시키는 촉매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이러한 전자상거래의 마켓 트렌드에 대비해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은 현재의 협대역 사이트의 현황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브로드밴드의 적극적 활용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협대역 전자상거래는 판매 상품 구성과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성향면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그 첫번째는 박한 마진을 들 수 있다. 규격화·표준화된 상품들, 즉 고객의 경험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정형화된 상품들의 마진율은 평균적으로 5%를 넘지 않으며 이 또한 사이트간 가격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둘째, 큰 폭의 매출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충동구매의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IDC 고객 조사에 따르면 상거래 사이트 주 고객층의 80% 이상이 사전에 정해진 목적 아래 쇼핑을 하며 인터넷을 통한 충동구매도 10% 미만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상품 구매 시 직간접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기존의 협대역 사이트에서는 풍부한 상품 보나 경험적 요소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브로드밴드 인터넷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즉 브로드밴드 특성을 부가한 상거래 사이트는 고객에게 풍부한 경험적 요소를 다차원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상거래 사이트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해결 방안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 기존의 제한된 상품 범위를 넘어서 높은 마진율을 부가할 수 있는 ‘look & feel’형 상품들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 질 것이다. 둘째, 풍부한 정보제공으로 충동구매의 비중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들은 TV 홈쇼핑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현재 TV 홈쇼핑은 풍부한 상품정보와 고객들의 경험적 요소 제공으로 위의 두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킴으로써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브로드밴드 인터넷의 대중화는 특히 상거래 사이트들에 새로운 기회요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IDC 애널리스트 김현정 carlykim@id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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