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O의 고민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법은 없습니까?”

 요즘 지역 정보기술(IT) 업계 CEO들은 한결같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기술자들은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다니는데 정작 CEO들은 핵심 기술을 가진 그들이 이직을 함으로써 입는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기업 CEO들이 어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화젯거리가 바로 믿고 있던 기술자의 이탈문제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거야 문제될 게 없지만 한때 어려운 시절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맹서를 한 회사의 핵심 기술자가 빠져나감으로써 느끼는 CEO의 공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일단 배신감은 차치하더라도 회사가 입게 될 피해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 더 문제다.

 대구 지역 한 인터넷기업은 최근 1급 기술자 한 명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지금까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프로젝트 아이템을 다른 기업에 적용하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 해당 CEO로서는 기술자 한 명이 빠져나가는 것 하나만으로 회사가 이처럼 크게 휘청거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또 한 업체의 경우 한 직원이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회사의 서버에 폭탄메일을 무더기로 발송, 업무가 며칠동안 마비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핵심 기술을 가진 기술자의 이직은 차라리 기술만을 다른 업체에 파는 행위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CEO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회사의 핵심 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묶어두는 방법은 고임금밖에 없지만 실제로 지역에서 수도권 수준의 임금에 맞춰줄 인터넷기업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지역의 대다수 업체들은 직원들에게 대박의 꿈을 심어주며 인정과 의리로 일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일반 기업과는 달리 인터넷기업들은 노동자의 권익과 함께 CEO의 권익도 보호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과학기술부·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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