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보산업단지 성공사례를 본뜬 ‘IT집적단지’ 육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단지육성이 정부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된 나머지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간에 의견을 교환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아 중복투자가 빈번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에 매달린 나머지 방향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지리적 밀집성만을 중요시 해 단순히 관련 회사를 한곳에 모아두는 수준에 그쳐 산업단지의 가장 주요한 장점 중 하나인 ‘시너지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서울 ‘테헤란밸리’의 경우 닷컴, 통신, 컴퓨터 등 각종 IT업체들이 밀집해 있지만 이들간의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생산시설과의 연계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또 땅값이 높아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어렵고 기업이 성장할 경우 이에 따른 확장도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TICP, 대만의 신주단지, 프랑스의 소피앙티폴리 등 외국의 첨단 정보산업단지들은 국내와는 달리 많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지역정보화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교수(성균관대 행정학과)가 최근 발표한 논문 ‘우리나라 첨단정보산업단지 활성화 모형과 전략요인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들 외국단지의 육성은 중앙 및 지방정부간의 조화, 시너지 효과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TICP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조가 가장 잘 이뤄진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단지육성 초기부터 중앙정부의 국토종합계획과 지방정부의 첨단산업정책을 아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즉 중앙부처는 지역혁신 프로그램을 위한 정책 틀과 국가 조세 인센티브만을 제공하고 구체적인 혁신프로그램의 개발과 집행은 지방정부가 맡았다.
미 실리콘밸리도 정부·민간기업인, 연구기관·노동조합 등으로 협력체가 구성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단지육성이 이뤄졌다.
실리콘밸리는 또 단지 40㎞ 반경에 위치한 7개의 대학과 20여개 전문대학 및 교육기관이 산학 협동 프로그램을 펼쳐 단지 발전에 한몫을 했다.
대만의 신주단지는 입주업체에 관세와 내국세를 면제해줘 첨단기업들의 단지입주 및 입주기업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신주단지는 미국 거주 중국계 기술자 흡수에도 적극 나섰다. 대만정부는 이들에게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인력유치에 나섰으며 그 결과 수천명의 중국계 기술자가 대만으로 돌아왔고 수십개의 첨단업체가 그들에 의해 신설됐다.
프랑스의 소피앙티폴리는 ‘이업종 교류’ 원칙에 입각해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를 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조성됐다. 여기에 각종 공공 및 민간단체가 설립돼 지역의 정보네트워크가 구축된 것도 단지발전에 기여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업체들이 모여있을 뿐 진정한 정보산업단지는 없다”며 “하루빨리 정부와 업계·학계가 나서 외국의 성공사례를 따를 수 있는 IT집적단지 모델 개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국내 정보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정지원, 행정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부의 종합적인 ‘집행전략’과 단지내 정보네트워크 및 인프라를 포함하는 ‘내생적 요인’, 산학연 네트워크 및 개방적인 정보교환 문화가 갖추어진 ‘사회적 환경요인’ 등을 아우르는 IT집적단지 활성화 모형 수립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7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8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