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CNC공작기계와 함께 메커트로닉스 산업의 핵심설비로 공장자동화의 꽃으로 불린다.
산업용 로봇은 지난 60년대 초기형태가 잡힌 뒤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공장자동화분야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로봇은 제어축수에 따라 3, 4, 5축 이상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6축로봇이 현재 산업용 로봇시장의 주력을 차지하고 있다. 동작형태에 따라 직각좌표, 원통좌표, 수평다관절, 수직다관절 로봇으로 분류되며 현재 각 로봇부품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이미 완숙기를 지난 상황이다.
산업용 로봇은 대규모 장치산업 분야에서 품질향상과 규격안정화, 노동환경 개선에 긴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선진국형 제품에 해당한다.
국내에 산업용 로봇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지난 70년대말. 생산라인 증설을 거듭하던 자동차업체들이 생산자동화를 위해 당시 최첨단기술인 용접·조립용 로봇을 외국에서 수입해 적용하면서 시작했다. 개도국으로는 이례적으로 로봇보급률이 높은 한국의 특수상황은 바로 재벌기업들이 주도한 자동차산업에서 유래했다.
당시 금성통신은 착탈용 시퀀스로봇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대우중공업은 로딩·언로딩 플레이백 로봇을 만드는 등 핵심부품은 외국에 의존했지만 로봇국산화에 대한 의지는 드높은 시절이었다. 본격적인 중공업발전과 함께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저마다 독자적인 로봇사업부를 구성해 외국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조립생산에 나섰다. 80년대 말부터 산업전반에 불어닥친 자동화붐에 힘입어 전자·전기조립 분야를 중심으로 로봇산업은 시장규모가 비약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고 학계 연구소의 공동개발도 본격화됐다.
국제 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9년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은 8만2000대, 금액은 52억달러 규모며 전년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성장세는 약간 둔화됐지만 최근까지 이러한 로봇산업의 완만한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금액면에서 로봇왕국 일본이 전체시장의 46%를 차지하며 그 뒤를 미국·독일이 차지하고 우리나라는 총 시장의 1.7%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순형 로봇설치 대수가 많기 때문에 대수면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3%를 넘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시장은 90년대 들어 일본업체의 집요한 견제와 외환위기 한파로 큰 좌절을 겪은 뒤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97년 산업용 로봇생산 및 출하실적은 90년대 처음으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98년도 전년대비 50%에 못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올해 국내 산업로봇 시장의 주력인 자동차조립용 로봇 수요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들어 전반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신규설비투자 감소와 대우차 사태 여파로 자동차조립용 로봇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로봇주문량도 전년대비 소폭 감소하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대우자동차는 올해 신차종 양산을 위한 투자계획이 대부분 중단돼 조립로봇 발주량이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용 로봇시장의 평균가격이 해마다 10%씩 감소해 수익성까지 악화되면서 산업용 로봇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성이나 기술개발속도 면에서 일본업체를 따라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국내 로봇업체들은 현상유지냐 새로운 시장으로 전환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반면 새천년을 맞아 로봇에 대한 사회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로봇업계에 유리한 상황도 조성되고 있다. 로봇의 활용이 기존 생산라인이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벤처기업들의 신규참여가 줄을 잇고 로봇분야에 대한 투자도 점차 활발해지는 상황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 3년간 인터넷열풍으로 전국 구석구석에 깔린 고속통신망이 신종 로봇의 행동반경을 넓히는 데 매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로봇을 제어하거나 로봇운용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도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첨단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기술변혁이 드물었던 로봇업계에 진정한 진보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번 국제 로봇자동화기기전은 이러한 로봇업계의 변화의 물결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와 전자신문사가 공동 주관하는 이 전시회는 국내 유일의 로봇 전문전시회로, 국내 주요 로봇업체뿐만 아니라 독일·일본·이탈리아의 로봇업체들이 참가해 자동화산업과 관련한 최신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한때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각축을 벌이던 국내 대기업군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고 현대중공업이 홀로 국산 산업로봇의 자존심을 지키는 상황이다.
반도체·LCD분야 자동화로봇에서는 삼성전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외국계 로봇제품도 다수 출품됐다.
특히 국내에서 실용화된 아크용접 및 센싱로봇시스템, 서보건, 스폿용접로봇, 클린룸 전용 로봇을 비롯해 CNC선반, 머시닝센터 등 정밀 자동화시스템 300여점이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AC서보모터, FA관련 소프트웨어, CNC장치, 볼스크루도 다수 선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2년전에 열린 전시회에 비해 국내 로봇업계의 새로운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중견 로봇전문업체들은 산업용 로봇의 성능개선과 함께 저마다 새로운 형태의 로봇시장 개척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재기발랄한 대학연구팀과 벤처기업들이 주도하는 서비스로봇 분야의 약진은 매우 인상적이며 상용화가능한 수준의 제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공작기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제 로봇자동화기기전에 대해 “그동안 기술과 생산물량면에서 국내 로봇산업을 주도해온 대형업체들이 한걸음 물러나고 벤처기업 위주의 다양한 서비스로봇기종의 약진이 눈에 띈다”고 말하면서 “클린룸에서 사용하는 특수로봇이나 인터넷기반의 로봇제어시스템 등 2년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자동화관련 제품이 다수 등장해 내용과 물량면에서 훨씬 풍부해졌다”고 평가했다.
로봇업계 전문가들도 가사·토목·청소·경비 등 일상생활에 적용가능한 서비스로봇에 필수적인 부품이 다수 국산화됨으로써 향후 국내 로봇산업의 해외수출 전망이 밝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이번 기기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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