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새로 보급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6학년 학생들 중에서는 이미 워드프로세서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둘이나 생겼어요. 아이들이 컴퓨터에 갖는 관심이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이제 컴퓨터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그 자체입니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송정리 거진초등학교 송정분교 탁길원 교사의 말이다. 486컴퓨터 3대밖에 없던 학교에 모 통신사업자가 펜티엄컴퓨터 12대를 지원한 후 학생들의 변화에 대해 탁 교사는 컴퓨터로 “이제 희망을 가르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인터넷이 연결된 후 컴퓨터는 26명의 분교 학생과 마을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마법의 문’으로 변신했다. 탁 교사는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넷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임을 믿기에….
◇접근금지, 세상의 단절
정보격차는 정보기술의 활용, 접근의 어려움에서 발생된다. 정보기술 활용의 어려움은 사회구성원이 정보기기를 구입하지 못하거나 소득 및 교육수준에 의해 정보기기를 다루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이 부분은 정보화교육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각 지역에 정보화교육센터를 설립하거나 주부인터넷교육·장애인컴퓨터교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휴먼인터페이스기술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것은 경제적 여건이나 기술 개발로서 해결될 수 있는, 말 그대로 활용의 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문제는 컴퓨터 등 정보기기의 보급, 장애인·노인을 위한 손쉬운 정보기기 개발, 사회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화교육·학교교육·대안교육 등을 통해 가능하다. 즉 계몽적인 요소가 강하다.
접근성은 이와 다른 지역적·계급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다. 정보화교육이라는 문제만으로 접근성은 해결되지 않는다. 네트워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널려 있는 정보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는가 하는 문제는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바로 통신인프라다.
통신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세상에서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아예 금지된다. 자신이 가진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할 뿐이다. 사회는 아직까지 문을 닫고 있다.
◇통신선진국 ‘대한민국’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 출장가는 사업가는 가끔 곤혹스러운 일을 당한다. 컴퓨터를 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은 고사하고 전화접속도 차단되기 일쑤다. 메일중독증에게는 무서울 정도의 공포감마저 밀려온다. 무선랜을 이용해 자유롭게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활동하는 우리나라 사업장과는 천양지차다.
사진을 한장 보내려면 30분 이상 접속해야 하고, 그나마 거금을 들여야만 겨우 연결이 가능하다. 아무리 선진화된 나라라 해도 통신인프라는 아직 미개지역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 통신환경은 다르다. 우리나라 통신인프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난 2월 현재 국내통신인구는 4942만여명. 산술적으로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통신기기와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유선통신 2201만여명, 이동전화 2672만여명, 무선호출 48만여명, 주파수공용통신 12만여명, 무선데이터 7만3000여명에 이른다.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인터넷가입자도 461만여명이나 되고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단말기 보급대수도 923만여대에 달한다. 단문메시지서비스까지 포함하면 무선인터넷사용자는 1800만여명이나 된다. 엄청난 수치다.
◇그래도 소외된 계층은 있다.
통신선진국 대한민국에도 정보격차는 존재한다. 통신네트워크 구축이 미흡해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통신인프라에 의한 정보격차는 주로 노농간·지역간에 발생한다.
따라서 통신인프라에 의한 정보격차는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통신인프라는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이동통신기지국도 도심지역 중심으로 구축된다. 지하철, 큰 빌딩, 심지어 술집에도 중계기가 설치돼 통화가 가능하다.
방송시청이 불가한 난시청지역도 대부분 농촌이다. 섬마을에는 아직 전화가 없는 곳도 있다. TV시청이 불가능하고 초고속인터넷이 들어오지 않는 농어촌은 정보화의 ‘오지’며 ‘낙도’이다. 서울의 달동네는 아직 초고속인터넷이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다. 철저하게 수익성을 고려한 통신사업자의 영업전략에 의해 서울지역에도 정보화의 달동네가 존재한다.
통신인프라가 구축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화에 대한 접근성은 아예 차단된다.
통신인프라는 연령간에도 차별화된다. 대부분의 유무선인터넷사이트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케이블방송, 통신단말기 자판이 작은 것, 통신회사의 서비스 이용방법이 복잡한 것도 모두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통신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인컴퓨터단체 시니어네트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단체는 전국적으로 140여개 정보화학습센터를 두고 있다. 각 지역에서 노인들을 위한 컴퓨터학습센터를 설립하려면 계획서를 이 단체에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된다. 이후 모두의 일은 통신사업자·컴퓨터업체가 처리한다. IBM·매킨토시 컴퓨터가 각각 10대씩 제공되고 정부에서 1년치 강사 수강료가 지원된다. 정보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AOL사가 무료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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