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디어 두밥의 곽래혁(20)은 지난해 후반 삼성디지털배 KIGL 동계리그에 출전해 8주동안 12전 10승을 올리며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다.
뒤늦게 프로무대에 데뷔했지만 뛰어난 성적을 보여준 덕택에 곽래혁은 올해 더미디어 두밥에 두둑한 몸값을 받고 이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곽래혁은 프로게이머가 되기까지 상당한 역경을 헤쳐나가야 했다.
곽래혁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상위권을 다툴 만큼 공부도 잘하고 특별히 부모님 말을 어긴 적도 없는 ‘조용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스포츠 게임 ‘피파’에 빠지면서 주말이면 대회장을 찾아 천안에서 서울로 오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마찰을 겪어야 했다.
곽래혁은 2000년 프로게임리그 원년, 각 프로게임팀의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서 지명을 받기도 했지만 게임단의 연락을 받은 부모님들이 허락하지 않아 데뷔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끈질긴 신념과 게임에 대한 확신으로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외아들이라 걱정도 많으셨지만 결국은 아들의 신념을 믿어줘 프로무대에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곽래혁은 지난 연말 데뷔 이후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나 번번히 피파계의 지존인 한통프리텔 매직엔스 이지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특히 지난해 패한 2패의 전적 모두 이지훈에게 당했다는 점에서 곽래혁에게 이지훈은 넘어야 할 산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매직엔스 이지훈이 KIGL하계·추계·동계리그를 3연패, 승률 90%를 넘는 화려한 성적을 기록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곽래혁은 무대 뒤편에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게임종목이 피파2000에서 피파2001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특히 피파2001은 실제 축구의 사실성을 부각시킨 게임으로 피파2000에서 게이머들이 즐겨 사용하던 센터링에 이은 헤딩슛 등의 진부한 기술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곽래혁은 2001년 상반기 시즌이 이지훈을 꺾을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지난 겨울 동안 와신상담하며 실력을 연마해왔다.
특히 초반에 부진하다 경기 후반에야 페이스를 되찾는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인 곽래혁은 올 시즌 머리까지 염색하며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다양한 경기경험을 바탕으로 큰 경기에 약하다는 약점도 완전히 보완한 상태다.
“올해는 반드시 최고가 될 겁니다.”
만발의 준비를 마치고 당찬 포부를 밝힌 곽래혁이 올 시즌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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