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앨범은 진작에 소개했어야 옳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뒤로 밀리고 말았다. 보통 이런 경우 뒤늦게라도 소개하면 다행이지만, 대개 ‘시의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리스트에서 누락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른 아티스트는 그럴 수 있어도 에릭 클랩턴의 ‘렙타일’만은 결코 그럴 수 없었다.
에릭 클랩턴이 누구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위대한 싱어 송 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가 아닌가. 저 멀리 ‘Sunshine Of Your Love’로 시작해 조지 해리슨의 아내를 자기 아내로 만든 ‘Layla’,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Wonderful Tonight’, 아들이 죽고 난 뒤 눈물로 만든 ‘Tears In Heaven’ 등등이 우리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면면이다.
에릭 클랩턴은 야드버즈를 시작으로 블루스 브레이커스, 크림, 블라인드 페이스, 데릭 & 도미노스 같은 전설적인 그룹들을 거치면서 ‘기타의 신’이 됐다. 지난 70년대 솔로로 전향해 블루스 아티스트로 전성기를 구가하며 ‘슬로핸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80년대 약간의 정체기를 거쳐 92년에 앨범 ‘언플러그드’가 소위 ‘대박’을 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때부터 그는 대중적인 팝 노선을 견지하지만 기존 팬들을 잃지 않으면서 저변을 확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영화 사운드 트랙 ‘러시’, 정통 블루스 앨범 ‘프럼 더 크래들’, 언플러그드 앨범 등을 비롯해 T. D. F라는 프로젝트에 참여, 앰비언트 테크노를 들려줬던 ‘리타일 세라피’, R & B로 영역을 넓힌 ‘필그림’, 그리고 거장 블루스 기타리스트 B. B, 킹과의 협연음반인 ‘라이딩 위드 더 킹’ 등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90년대 이후의 성과물이다.
본작 ‘렙타일’은 ‘필그림’ 이후 3년만에 발표하는 솔로 앨범으로 자켓의 본인 사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추억에 대한 회고담’같은 앨범이다. 여기서 추억이란 다름아닌 그의 음악적 뿌리인 블루스 음악이다. 그는 블루즈한 자작곡과 애창곡들을 반반씩 앨범에 채웠다. 남국의 풍미를 떠오르게 하는 보사노바 연주곡 ‘렙타일’을 필두로 삼촌과 숙모를 위해 만든 ‘손 & 실비아’, 그리고 ‘모던 걸’과 ‘리브 인 라이프’ 등이 그가 만든 주옥같은 곡들이다. 그외에 그가 히트시킨 ‘코카인’의 원작자이자 음악적으로 그에게 영향을 끼친 J. J. 케일의 ‘트레블링 라이트’, 맹인 가수들인 스티비 원더와 레이 찰스의 ‘아이 에인트 고나 스탠드 포 잇’과 ‘컴 백 베이비’ 등이 맛깔나게 리메이크돼 있다.
에릭 클랩턴은 우리 나이로 57세다. 보통 은퇴해서 라스베이거스 무대같은 데 설 나이다. 하지만 그는 현역으로 꾸준히 새 앨범들을 발표하며 빌보드 앨범 차트 톱10 안에 랭크시키고 있다. 그는 아이돌 스타들과 차트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노장 아티스트다. 그리고 ‘렙타일’은 그의 이름과 경륜
에 걸맞은 수작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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