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투자 더 확대해야

국내 기업의 올해 IT투자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산업자원부가 제조·유통·금융업 및 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액 상위 1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IT투자금액은 지난해 실적보다 27% 늘어난 총 2조8211억원이다. 이는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최근 발표한 전세계 평균 IT투자증가율 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의 불확실성과 미국 닷컴기업의 경영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내 기업이 IT투자를 크게 늘린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는 IT벤처산업으로 인해 우리가 IMF 금융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고 경제구조도 건실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세계의 선진기업들이 공급자·유통업자·고객 등 모든 비즈니스 파트너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관리하는 21세기형 기업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기업의 IT투자확대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다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업종별 편차가 크다는 점은 아쉽다. IT투자가 수익성과 직결되는 금융업의 경우 업체당 평균 투자액이 지난해 254억원에서 올해는 327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으나 일부 업종은 흉내만 내는 정도에 그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업종이라는 업종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IT도입이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기업들의 이런 방침이 IT과잉투자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구촌 전체가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와중에 국내기업들이 다른 외국기업보다 월등히 많은 IT투자계획을 세워놓은 것은 문제라고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IT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과잉투자는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IT투자라고 해봐야 IT업체의 자체 투자였지 제조업체나 금융업체 등 수요처에서 투자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IT투자가 전체 설비투자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불황기라고 해서 IT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뿐 아니라 제2의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한번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IT산업에 대한 투자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IT투자계획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도 수익성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IT투자를 늘리려고 한다는 대답이 26.8%를 차지했으며 IT투자를 줄이겠다는 업체도 21.8%가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 국내기업의 IT투자는 수익성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90년대 이래 성장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IT산업에 다시 한번 주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전자정부의 조기구축과 활성화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정부를 건설함은 물론 보다 경쟁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해 기업의 지속적인 IT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