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작년수준만 같았으면 좋으련만.’
전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침체로 인해 올 1·4분기를 힘겹게 보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1·4분기 실적이 완전히 집계돼지 않은 상황에서도 장비업체들은 추정 매출액을 자랑스럽게 공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급반전해 한두 업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비업체들이 추정 매출액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1·4분기 실적은 이달 중순께나 돼야 정확히 집계된다.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을 통해 기업을 이미 공개했던 업체들은 이번주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 주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1·4분기 매출실적을 공개한다. 그러나 회사 경영자들은 속절없이 다가오는 날짜가 야속할 뿐이다.
장비업체의 대부분은 지난해 말에 2001년 예상매출액을 설정하면서 30~50% 가량 늘려 잡았는데 올 1·4분기 동안 장사를 해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실적은 반타작에 불과해 걱정이 태산같다.
더욱이 지난해 생산시설이 부족해 주문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던 즐거운 경험이 있는 일부 업체들은 2001년에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공장 및 설비투자에 적지않은 비용을 들였지만 현 경기상황에 비춰볼 때 투자비용 회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달 초 반도체 후공정장비의 수출확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필리핀·말레이시아·대만 등을 돌아보고 왔던 A사 사장은 착찹한 심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2000평 이상의 건평을 확보해 공장을 증축했던 이 회사는 갑작스럽게 닥친 불황을 수출로 극복하려 했지만 동남아시아권 국가 역시 국내상황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계 전공정장비업체의 한국지사인 B사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은 감원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본사 최고경영자의 말에 안도하고 비용절감 운동에 들어갔지만 타 외국계업체가 직원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져 올 때는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상 현 추세로 볼 때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이 불투명한데다 1·4분기에 이렇다할 만한 매출을 올리지 못해 백수십명에 달하는 직원이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공정장비업체 C사의 사장은 올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 정도를 달성해 그나마 나은 형편이지만 2·4분기 이후 상황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1·4분기 매출은 지난해 말 수주한 물량에 장비공급이 올해로 이월되면서 그나마 선방이 가능했지만 당장 닥친 2·4분기부터는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이 회사 사장은 올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수요처 발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현상황은 반도체 빅딜을 주도해 상황을 어렵게 만든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푸념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은 경기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1·4분기 실적이 나오는 다음주 초를 기해 올해 예상 매출을 전면 하향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조정폭은 업체마다 다르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호전이 전제되면 지난해 수준으로 수정할 예정이지만 장비수주 후 3~6개월이 지나 장비공급이 가능한 산업구조상 2·4분기 또는 3·4분기에 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됨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들은 전년 대비 10~20% 가량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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