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36>
얼마를 지원해줄 것인가 묻자 나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 윤 비서를 불러 돈 가방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것을 윤봉수에게 맡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울에서 저녁에 회합이 있어 지금 올라가야 하겠습니다.”
윤봉수는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탁자 위에 있는 가방을 슬쩍 들어보았다.
“이렇게 내려오자마자 가십니까? 좀 쉬었다 가시지요.”
“미안합니다. 약속 때문에 가야 합니다.”
“이 돈은 잘 쓰겠습니다.”
그는 가방을 열고 안을 보더니 놀라는 기색이었다.
“아니, 이렇게 많이 주십니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25억원입니다.”
“아이구, 이런. 과분한 지원입니다. 이것을 개인 자격으로 주신다고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윤봉수는 갑자기 비굴한 웃음을 흘리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생각보다는 많이 준다고 느꼈는지, 그는 황송해하면서 허리를 굽혔다. 밖으로 따라 나오면서 그는 수다를 떨었다.
“도와주시는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하든지 당선이 돼야 하겠군요. 기필코 당선될 것입니다. 당선될 운세입니다. 남을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고 하지만, 난 스스로도 잘 압니다.”
문을 열고 나오자 직원들이 있는 방이 나왔다. 앉아 있던 직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그냥 올라가신다고 하니 다음에 만날 때 부적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니, 당장 만들어 부쳐드리지요. 밑져야 본전이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십시오. 반드시 효험이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고 차에 올랐다. 그는 차에 오르는 나에게 큰 절을 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약간 냉소적인 태도와는 딴판이었다.
나는 그 이튿날 자금지원의 마지막 대상이었던 오진숙을 만났다. 이 여자는 여권운동가이기도 하면서 시만단체의 간부로 일했다. 그 자신이 이혼을 세번 한 전력이 있지만,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결정적인 결격사유는 될 수 없었다. 공식석상에서 여러번 만난 일이 있지만, 단둘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북동의 요정으로 그녀를 불러 한식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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