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취재기-통일IT시대로 가는길](2)열악한 인프라가「걸림돌」

사진; 평양정보센터 연구진들이 기가링크와 우암닷컴이 설치한 영상회의시스템을 이용하는 모습.

“영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정확한 하드웨어 사양을 알아야 하고 혹시 보완 소프트웨어가 필요할 경우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야 하는데 걱정이 앞섭니다.”(우암닷컴 기술진)

“전화선을 이용한 초고속통신망을 깔려면 평양 현지의 통신선로 사정을 알아야 하는데 사전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돌발사태 발생시 대처할 마땅한 수단도 없고….”(기가링크 기술진)

남북간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IT교류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일반 정치·사회분야와는 달리 IT와 관련된 북한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그나마 현장확인도 거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자연히 합작사업 혹은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희망하는 남측 기업에는 ‘불투명한 기업환경’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우암닷컴이나 기가링크 기술진처럼 현장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대처방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평양 도착전까지 사전정보 부족으로 불안해 했다. 물론 현지작업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북한 IT현황과 관련, 남한기업들이 가장 숙지해야 할 부분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개념의 부재다. 또 평양을 비롯, 주요 도시에는 광(빛섬유)케이블이 포설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를 실제 초고속정보통신망으로 엮어낼 광단국장치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 평양정보쎈터 등은 대부분 건물간 광케이블 포설을 마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LAN 수준이고 외부기관과 연결되는 통신선로는 56Kbps모뎀을 사용하고 있다. 즉 전화선을 이용한 통신접속이라는 것이다.

동영상 등 대량의 정보를 초고속으로 주고 받아야 하는 최근의 IT흐름으로 볼 때 이같은 환경은 전송속도는 물론 통신 성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매우 불편하다.

이 때문에 인터넷 베이스의 통신협력은 인프라라는 암초가 버티고 있어 당분간은 획기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타임투마켓이 기본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 남북한간 윈윈 제품을 개발하려면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남한 기술진은 이 때문에 통신 및 인터넷분야보다는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한의 상업적 시각과 시장 대응능력에 북한의 기반기술 및 알고리듬 기술력을 결합할 경우 상상외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카운터파트가 누구인가에 대한 사전정보도 중요하다. 교류협력을 희망하는 남측기업들은 매우 다양한 아이템을 들고 가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는 적당한 파트너를 물색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방북단에서도 캐드캠 및 C&C분야를 희망한 큐빅테크가 현지서 딱 들어맞는 대상을 찾지 못하자 민경련측이 부랴부랴 김책공대 교수진을 초빙,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남북IT협력은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인내가 중요하다’는 데 방북단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개발체제가 다르고 교육과 환경이 판이한 만큼 공동 개발작업에 앞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마련도 시급하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지만 IT분야에 관한 한 성급함은 금물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기술수준과 잠재력을 정확하게 파악, 일방의 시혜적 지원보다는 양측 모두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예컨대 소스코드와 알고리듬 등 기초분야에 대한 북측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남측기업들은 이를 토대로 교류협력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문기관 혹은 기업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비용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충분한 사전준비와 현지 활동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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