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씨 인터넷사업 왜 손떼나

삼성그룹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향후 삼성의 인터넷 사업 향배에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재용씨의 지분이 철수되는 대신 유관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오프라인 관계사가 지분을 인수, 겉으로는 e삼성이란 지주회사 체제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삼성그룹의 인터넷 사업 주도권이 e삼성에서 오프라인 삼성 관계사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일부에서는 「e삼성 해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e삼성이 직접 투자한 계열사는 단 2개사뿐이고, e삼성 역시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재용씨를 둘러싼 부담, 모두 떨궈라 =이번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은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앞둔 재용씨의 신변정리 차원이다. 재용씨의 개인자산 505억원이 투입된 인터넷 사업은 자금마련 경위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의혹부터 e삼성 관계사의 사업 전개에서 그룹의 부당 내부지원설까지 끊이지 않았다. 그룹이 이번 주식 매각과 관련해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객관적인 주식가치를 평가했으며, 주식 매각 과정에서 단 6억원의 차익을 남겼다』고 강조하는 것도 재용씨를 둘러싼 이런 오해를 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오프라인 삼성 관계사와 e삼성 관계사간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오프라인 기업에서는 『우리가 할 일을 온라인이 가져갔다』는 노골적인 비판을 숨기지 않았으며,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분으로까지 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100% 보장할 수 없는 온라인 사업을 재용씨 소유로 별도로 둔다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재용씨와 e삼성간의 결별은 필연적인 수순이라는 평이다.

◇사업 주도권 누가 쥘 것인가 =이번 결정에 대한 삼성 안팎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이번 결정은 그룹 차원에서 내려진 것인 만큼 지분을 인수하는 해당 오프라인 기업의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인수가격만 놓고 보면 부담스럽지는 않다. 1000억원의 현금을 보유, 현금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모 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성장가능성 있는 온라인 기업을 인수하게 돼 이번 결정을 반겼다는 후문이다. 비교적 전망이 밝다고 점쳐지는 시큐아이닷컴의 경우에도 지분 인수측인 에스원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당초 에스원 내에서 시작된 사업 구상인데다 에스원의 장기 비전을 고려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e삼성 관계사들의 반응은 좀 다르다. 항간에 수익성을 놓고 사업존립 여부를 결정한다는 소문이 돌아 긴장한 관계사들은 극단적인 위기는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향후 사업의 주도권이 오프라인 기업에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비슷한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시너지 효과를 위한 상호협력은 두 기업이 동등한 관계일 때 가능하다는 면에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재용씨와 e삼성의 지분이 경쟁관계에 있는 오프라인 기업에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향후 사업전개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수 주체가 삼성 관계사라는 점은 오히려 독립적인 형태로 사업을 벌여야 하는 기업에는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e삼성 실패인가 성공인가 =재용씨와 e삼성 전략에 대한 평가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온라인 사업만으로 수익성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업의 경우 이번 결정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측이 공식적으로 밝히는 이유처럼 이번 결정이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앞두고 논란의 소지를 되도록 없애자」는 목적이 더 컸다고 볼 때 지금까지 벌여온 많은 사업들이 재용씨 개인의 실전 경영에 앞선 연습게임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프라인과 다른 생태를 갖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온라인 사업의 질서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논리나 「우수 인력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는 의도였다」는 e삼성 출발 당시의 논리가 설득력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글로벌 전략」을 내세워 설립한 e삼성인터내셔널 역시 이렇다 할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비판의 근거로 꼽힌다.

이와 관련, e삼성 관계사의 사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담당한 반응과 함께 『이런 이유로 출발부터 「탈 삼성」 정책을 펼치고자 했다』고 말한다. 다른 관계자는 『관계사들의 지분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인수됐다 해도 결국 계열사가 뒷처리를 해준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비록 「부당 이익」을 챙기지 않았다 할지라도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사업과 비교해 결국 「부담없는 연습게임」이었다는 것이다.

재용씨와 e삼성 전략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다.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e삼성 관계사들이 사업영역에서 오프라인 삼성 관계사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벌일 것인지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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