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도체 기업, 한국법인에 대한 투자 보류

한국내 생산기지를 둔 외국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반도체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자 당초 계획한 한국 투자를 잇따라 보류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IMF 전후 한국 정부의 지원약속을 받고 국내 공장을 인수한 업체들로 이번 투자 보류는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관련기사 5면

18일 업계에 따르면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 앰코테크놀러지코리아, 칩팩코리아, ASE코리아 등 다국적 반도체 회사의 국내 법인들은 최근 본사로부터 투자가 끊기자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늦추거나 신규 품목 개발을 연기하는 등 사업계획 전반에 걸쳐 조정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전력용 반도체사업부문을 인수한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대표 김덕중)는 지난해 11월 모터용 IC와 양극형게이트절연트랜지스터(IGBT)를 생산하는 D라인(FAB)을 가동하고 올해 보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었으나 본사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렵자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이 회사는 8000만달러를 들여 구축한 D라인 추가 증설에 필요한 2억달러를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조달받을 계획이었으나 연내 자금유치가 힘들 것으로 보고 고주파(RF) 트랜지스터 생산계획을 보류했다.

아남반도체의 반도체 패키징사업을 인수한 미 앰코테크놀러지코리아(대표 김규현)는 미국 나스닥 주가 폭락의 영향으로 당분간 본사의 투자유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증설계획을 연기했다. 이 회사는 올해 본사로부터 투자를 추가 유치해 최신 설비로 교체할 계획이었다. 특히 앰코테크놀로지는 한국보다는 인건비가 싼 중국 등 동남아 국가를 선호해 투자여건이 살아나도 한국법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전자의 패키징사업을 인수한 미 칩팩코리아(대표 손병격)는 본사에서 생산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추가 투자유치는커녕 국내 공장의 일부 설비를 중국 등지로 옮겨야 하는 실정이다.

모토로라코리아의 한국 공장을 인수한 대만의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업체인 ASE코리아(대표 짐 스틸슨)도 올해 설비를 신·증설해 칩스케일패키지(CSP), 시스템인패키지 등 새 패키지 공정 적용제품으로 생산품목을 다양화할 계획이었으나 본사의 투자 축소로 이를 전면 중단했다.

다국적기업의 한 관계자는 『나스닥 증시 폭락 및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경기여건을 내세워 외국계 업체 본사에서 신규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며 『특히 매각된 지 얼마되지 않은 업체들은 투자유치가 지속되지 않으면 사업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